“역무원 시절부터 10년 준비”…‘지하철 15분 재승차 제안’ 임국현 서울시 팀장[스.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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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파’급력을 만든 사람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소중한 사람들을 헤럴드경제가 소개합니다.

임국현 서울시 도시철도업무 총괄팀장이 23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차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10년 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4호선 ‘사당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근무했어요. 그런데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람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 ‘방향을 잘못 타서 반대편으로 가고 싶다’고 호출 버튼을 누르더라고요. 개선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도, 자격도 없었어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우연한 기회로 도시철도업무 총괄팀장을 맡아 ‘10년 묵은 체증’을 해결할 수 있었어요.”

임국현 서울시장 수행비서관(전 도시철도업무 총괄팀장)은 공무원이 되기 전 생활을 돌이켜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8년 차 공무원인 임 팀장은 ‘운이 좋았다’라면서도 열정적으로 ‘지하철 재승차 제도 제안’에 대한 제안 이유와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지하철 10분 내 무료 재승차’로 창의제안 1위…대통령상 수상

지난해 7월 1일부터 지하철 1~9호선에서 ‘10분 내 동일 개찰구 재승차’ 제도가 적용되기 시작됐다. 서울시는 시범 사업을 통해 11월까지 약 600만명이 혜택을 받고, 약 80억원의 시민 부담이 경감되는 등 사업의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대로라면 지하철에 탔다 대소변이 급한 바람에 하차해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역사 화장실을 다녀오면 하차 후 재승차이므로 요금이 추가로 든다. 탑승한 지하철과 반대방향으로 갈아타려해도 꼼짝없이 요금을 내야 했다. 효과를 확인한 이 제도를 시는 올해의 창의 제안 1위로 선정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재승차 시간을 5분 늘려 15분으로 확대했다.

시에서는 해당 정책을 ‘올해의 최우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자체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가 90%에 달했고, 제도 이용 희망률이 98%로 조사되기도 했다. 임 팀장은 이를 통해 ‘2023년 중앙우수제안’에서 최고 훈격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 제도와 관련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과민성 대장증세 등을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소식”이라며 “굉장히 좋은 변화”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임 팀장은 “도시철도 업무를 맡을 당시 마침 ‘창의행정’ 공모가 열렸고, 좋은 기회로 많은 상급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한 명이라도 갖고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인데 천운이 왔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임국현 서울시 도시철도업무 총괄팀장이 23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민원 1만2000개 분석해 유형화…주변 불편함 찾기 몰두

그는 이같은 ‘창의행정’ 수상 비결에 대해 묻자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찾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평소에도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불편을 느끼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한다”라며 “업무를 맡았을 때 주변 동료와 지인들에게 업무 관련해서 개선점을 물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라며 팁을 전했다.

임 팀장은 도시철도 업무를 맡은 뒤 ‘이거 하나 해결해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임 팀장은 “서울교통공사 측에 1년치 민원을 부탁해 1만2000개의 민원을 다 읽고 유형화했다”라며 “10년 전에 현장에서 느낀 불편 사항이 그대로 남아있더라. 이대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제안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임 팀장은 공직 생활 기간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다. 그는 지하철 재승차 제안 외에도 지난 2018년 단독주택단지 내 주차 공간을 못 찾는 것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거주자우선주차장 공유제도’를 서울시에 도입 제안했다. 또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무거운 과일을 사 오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전통시장 빠른배송’ 등을 제안해 정책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에 있어서 어려움도 많이 겼었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라며 “기존 업무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많은 관계 부처,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지금 내가 이 업무를 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는다”라며 “지금 피곤하고 힘들어도 방침을 세우고 회의와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걸 알기에 결국 무언가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임국현 서울시 도시철도업무 총괄팀장이 23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가장 기쁜 순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하철 정책 칭찬할 때”

그는 제도 도입 이후 가장 기쁜 순간으로 ‘인터넷을 돌다가 긍정적인 평가를 봤을 때’라고 했다. 그는 “상급자, 동료들, 기자들로부터 이 제도에 대한 칭찬을 들었을 때도 좋지만, 가장 기쁜 순간은 정말 아무 연고도 없는 누군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하철 재승차 제도’를 칭찬하는 익명의 피드백을 써둔 것을 볼 때”라며 웃었다.

아울러 “지난해 말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지만, 아직도 “개선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라며 정책 개선에 대한 여전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선 ‘개선된 미래’를 희망사항으로 전했다. 그는 “어떤 업무를 하게 되든지 간에 기존보다 더 낫게, 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대외적으로는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대내적으로는 동료 직원들이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공무원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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