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난민 불인정으로 행정구금 조치를 당했다가 승소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경우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까. 당사자들이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외국인 A씨 등 3명이 “행정절차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구금의 피해자에게 보상 규정을 두지 않은 현행법은 위법하다”며 낸 헌법소원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A씨 등은 우리나라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던 외국인이었다. A씨는 출신국에서 박해 위험이 커지자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여권 위조 등을 이유로 행정구금 조치 당했다. 그는 신청 후 483일 동안 외국인보호소에서 구금됐다.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승소하면서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다.
A씨 등은 이처럼 행정상 구금의 경우에도 형사보상법을 근거로 보상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무죄를 확정받은 경우 수사·재판 과정에서 구금당한 기간 동안 국가가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A씨 측은 “국가가 억울한 사람을 부당하게 가뒀다면 국가가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다”며 “위법한 행정구금의 어떠한 보상도 없는 지금의 법 제도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A씨 측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 자체가 요건에 맞지 않아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헌재는 “통상적인 법과 절차에 따른 행정상 구금의 경우까지 보상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법 의무가 헌법 해석상 곧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한 행정상 구금으로 인한 보상을 위한 법률을 제정할 의무가 헌법 해석상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행정절차상 구금에 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된 자에 대한 보상에 대해선 입법자가 처음부터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며 "이는 행정절차상 구금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법률에 의한 보호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헌재는 새로운 입법을 해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으로 낸 것도 부적법하다고 결정했다.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이 아니라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냈어야 했다는 취지다.
이번 결정의 의의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외국인이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아 수용된 경우 등에 대해 헌법상 명시적으로 보상을 해줘야 할 입법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없다고 처음 판단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