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지하철에서 무제한 정기승차권인 ‘기후동행카드’를 현금으로 충전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충전 기기에는 ‘현금 결제만 가능’ 이라고 써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월 6만5000원으로 지하철과 시내버스·따릉이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 승차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인기다. 1주일간 찍어냈던 26만장이 모두 팔리며 매진됐다. 다만, 기후동행 카드 구매·충전시 아직 신용카드 결제가 지원되지 않고 현금만 사용 가능해 아쉽다는 지적에 대해 시는 이르면 올 4월까지 해결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는 시민은 정책 시행 일주일 만에 20만명을 넘었다. 특히 기후동행카드 판매를 시작한 일주일간 수도권 시민은 약 13만장 이상의 실물 카드를 구매했다. 문제는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시대에 실물 카드를 구매하는 데에도, 충전하는 데에도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때아닌 ‘지하철 역사 내 ATM 찾기’ 전쟁이 펼쳐진다.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내 기후동행카드 판매 매대에는 ‘기후동행카드 구매는 현금만 가능하다’라는 안내 문구가 써 있었다. 시민 박모(41) 씨는 “기후동행카드 사려고 ATM을 찾고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다”라며 “왜 카드 구매도 충전도 현금만 가능한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교공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내에 존재하는 ATM 숫자는 총 223개다. 총 275개 역사 가운데 하나의 역에 한 개의 ATM이 있다 하더라도 약 20%의 역에 ATM기기가 없다. ATM 위치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후동행카드 판매 뒤 ‘역사 내 ATM이 어디 있느냐’는 민원이 늘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서교공은 ATM기계 설치를 늘리는 것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교공 관계자는 “역사 내 ATM의 경우 업체와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늘리거나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정기 승차권 충전을 카드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중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찾아 직접 기후동행카드를 구매·충전하고 탑승하는 등 현장 점검에 나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은 “현금 사용 불편을 호소한 시민이 많았다”라며 “신용카드로 기후동행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방안을 이르면 4월까지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는 노후화된 승차권 발매기를 단계적으로 교체하면서 일회용·정기승차권 충전에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 노후화된 교통카드 충전 기기를 교체하면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는 시민과 일회용 카드를 사용하는 유아·외국인에게 편의를 주고, 일반 시민도 더이상 ATM을 찾을 필요 없도록 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