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총 1조7850억달러 아마존 넘어 장중 시총 3위 기록
ARM 실적발표 후 사흘간 93%↑ 오픈AI 올트먼, 7조달러 유치 추진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식 시장은 물론이고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AI 반도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엔비디아, ARM홀딩스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파죽지세다.
‘챗GPT’에 이어 자체 AI 칩 개발을 추진 중인 오픈AI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서며 반도체 업계에 파란을 예고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장중 3% 이상 오르며 주당 740달러를 넘었다. 이에 따라 시총이 1조8300억달러로 불어나면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8200억달러)과 아마존(1조8100억달러)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시총이 아마존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종가는 전거래일보다 0.16% 오르는 데 그쳤다. 시총도 1조7850억달러로 감소하며 다시 5위로 내려갔다. 하지만 향후 상승 여력이 충분해 다시 3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독점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시총 2조달러 클럽’에도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12%가량 상승해 810달러 수준에 이르면 시총 2조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애플과 MS, 알파벳에 이어 역대 4번째다.
MS가 지난달 애플을 제치고 2년 만에 시총 1위가 된 것도 AI 덕분이다. MS는 오픈 AI와 자본·업무 제휴를 맺고 있는데 지난해 10~12월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생성형 AI 효과로 매출이 6%포인트 올랐다고 MS는 밝혔다.
같은 날 ARM은 실적 발표 이후 AI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며 전장 대비 29.3% 급등했다. ARM의 주가는 지난 7일 장 마감 후 분기 실적 발표를 한 이후 3거래일 만에 93.4% 올랐다. ARM의 시가총액은 12일 기준 1530억달러에 달하면서 인텔을 300억달러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한다. ARM의 주가 폭등도 AI 붐이 주요 원인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5조~7조달러(약 6600조~9300조원)의 펀딩을 추진하기 위해 예비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애플과 MS의 시가총액을 합친 6조달러(약 7980조원)보다 큰 액수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천문학적 규모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올트먼 CEO가 조달하고자 하는 금액은 미국 연방 전체 예산보다 많고, 영국 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배, 2023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의 13배, 미국에서 2년 이상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올트먼 CEO는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의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대폭 향상된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 시설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수년 안에 10여 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한 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운영을 맡기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황에서 오픈AI가 칩 생산에 나설 경우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현재 AI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세상을 바꾸려는 올트먼의 야심 찬 계획”이라고 평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