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갈고 있어야 할 트랙터들이 도로로 나섰습니다. 주요 항구와 고속도로, 국경을 봉쇄하기까지 했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농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유럽연합의 그린딜 계획 때문인데요. 도대체 탄소중립과 농업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2월 13일 스페인 타라고나(Tarragona)에서 농부들이 시위를 벌인 8일째 되는 날, 트랙터를 든 농부들이 타라고나 항구로 가는 고속도로를 막고 있다. [EPA] |
기후위기 대응에서 농업 분야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습니다. 사실 농업도 기후위기에 꽤 큰 책임이 있습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이 농업에서 나오거든요. 유럽연합이 질소비료 감축, 휴경 의무화, 살충제 사용 제한 등의 규제를 내건 이유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농업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기도 해요. 농작물의 생산량이나 시기 등이 기후위기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죠. 이로 인해 식량 안보, 기아 문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 COP28에서는 농업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고 하는데요. 지속 가능한 농업과 복원력 있는 식량 시스템에 관한 선언이 발표됐고, 우리나라 포함 159개국이 서명했습니다. 농업 분야의 주요 회의에 참석한 긱의 김명주 활동가가 전해준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농업은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지만, 반대로 흡수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열쇠는 바로 흙에 있습니다. 토양은 대기에 있는 탄소의 3배를 함유하고 있거든요. 토양의 질과 토양 건강을 향상하는 게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입니다.
지난해 12월 9일 두바이 엑스포시티 NDC 파트너십 파빌리온에서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의 발전: 기후 회복력으로의 길’ 회의 [GEYK 기후변화청년단체 제공] |
지난해 12월 9일 두바이 엑스포시티 NDC 파트너십 파빌리온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의 발전: 기후 회복력으로의 길’이라는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토양이 기후친화적이고 탄력적인 식품 시스템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진정한 잠재력의 분야라며 강조했답니다.
이 말은 즉, 현재의 방식에서는 농업이 토양을 오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농작물은 결국 인간에게도 좋지 않죠.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 2018년 발표한 토양오염: 숨겨진 현실’ 연구에 따르면 토양 오염이 오염물질 독성으로 인해 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킬 수 있고, 생산된 농작물이 안전하지 않다고 합니다.
[헤럴드DB] |
그래서 중요한 게 바로 ‘재생 농업’입니다. 재생농업은 현상 유지 이상으로 토양의 건강을 회복하고, 수확량을 창출하고 우리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토양의 능력을 회복하는 것을 말해요. 유엔식량농업기구, 국제농업개발기금,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등은 연구를 통해 재생농업이 풍부한 생물 군계를 통해 더 건강한 토양을 얻는다는 결과를 밝혀내기도 했답니다.
이날 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의 농업 회사 알 다흐라(Al Dahra) 그룹의 위삼 압바스(Wissam Abbas) 전략 대표는 재생 농업에 대해 과거처럼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법을 예로 들었어요. 또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토양에 서식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생산하는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적 개입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재생농업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 채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겠죠? 엘리자베스 은시미달라(Elizabeth Nsimidala) 세계농민기구 이사는 먼저 재생농업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농민들에게 재생 농업은 그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자 동시에 자연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정말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은시미달라(Elizabeth Nsimidala) 세계농민기구 이사 [COP28UAE] |
문제는 이와 동시에 수확량도 늘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2050년에는 전 세계의 인구는 90억 명 이상이 될 예정이에요. 이는 현재의 식량 생산량의 50%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죠.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효율적인 식량 시스템을 만들면 식량 생산량이 10%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남은 40%는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요.
호주의 식품 기업 OCP의 지속 가능성 부서 대표 핼리 머치(Hali mutch)는 과학 기반의 비료 생산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식량 생산의 50%가 비료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해요. 토양 오염을 줄이려 무작정 비료 사용을 제한한다면 식량 반토막 날 수도 있겠죠? OCP는 비료의 가용성과 품질에 대해 평가하면서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전역의 토양 지도를 작성했다고 해요. 비료는 결국 토양에 필요한 원소를 기반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죠.
토양은 반응성과 종류가 모두 달라서 일률적으로 통일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김명주 활동가는 “우선은 지역사회가 나서 관련 연구 기반을 확보한 뒤 규모의 확장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적응가능한 작물 데이터에 이를 접목한다면 기후 대응에 필수적인 빅데이터가 될 수 있겠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지요. 전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 영양실조인데, 음식물 쓰레기는 13억t이나 된다고 해요. 사회·경제적 손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음식물 쓰레기에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들어 있어 기후위기를 가속화합니다.
지난해 12월 10일 두바이 엑스포시티 UNEP 파빌리온 ‘음식은 절대 낭비가 아니다: 필수적인 기후행동으로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 세션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기후 행동의 측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두바이 엑스포시티 UNEP 파빌리온 ‘음식은 절대 낭비가 아니다: 필수적인 기후행동으로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 회의 [GEYK 기후변화청년단체 제공] |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2030년까지 지구와 모든 사람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 위한 17가지 목표인데요. 이중 12번째 목표가 바로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입니다.
구체적으로 12.3항목에서는 2030년까지 유통 및 소비자 수준에서 전 세계 인구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권합니다. 식품의 생산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감소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유엔환경계획(UNEP)의 루스 코토(Ruth Koto)는 “193개국 중 21개국만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에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했다”며 “2025년까지 제출될 개정 NCS에는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기후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답니다. 낭비되는 식품을 생산하는 데 전세계 농업 면적의 28%가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음식물 쓰레기가 실제로 생물 다양성 손실은 물론 토양 품질 저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성동구 제공] |
푸드 리퍼브(food refub)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음식을 뜻하는 푸드와 제품 공급을 의미하는 리퍼비시드(refubished)의 합성어인데요.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인 ‘인터마르쉐(Intermarche)’에서 시작됐는데요. 초기에 그들은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문구를 내걸고 폐기 위기에 처한 못난이 농산물 캠페인을 펼쳤다고 해요.
이후에 푸드 리퍼브 캠페인이 유럽 전역, 북미 지역까지 빠른 속도로 확장되며 우리나라까지 본 개념이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푸드 리퍼브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특히 미국은 유니콘 기업이 나올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답니다.
2022년 6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직원공제회관에서 열린 마르쉐 채소시장 [서울도시농업] |
공급망에서 낭비되거나 버려지는 식품들을 회수하는 ‘음식 은행’이라는 모델도 있어요. 도시와 국가 차원에서 순환성을 촉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라고 합니다. 음식 은행은 지난해 3억t의 식품을 회수해 전세계 5만6000개 조직으로 나눴다고 합니다.
푸드뱅크 관계자 안나(Anna Catalina)는 “COP28에서 식량 쓰레기가 주목 받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며 “과거 수십 년 동안 푸드뱅크는 식량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것은 불가하며 식량 손실과 폐기물을 중점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네요.
한국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유행하며 관련 스타트업 등이 등장하고 있어요. 더불어 기업들도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답니다.
김명주 활동가는 “이 관심이 지속 확장돼 전체 식량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일상 생활에서 푸드 리퍼브를 시도를 권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계층 등을 보호하여 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이야기해요.
농업 분야는 특히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한 분야랍니다. 국제농업개발연구자문기구의 연구 결과 식량과 농업 부문이 23~42%의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있거든요.
또 전세계의 인구는 대부분은 식량 공급을 남반구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정작 남반구의 농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남반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랍니다.
그린몬스터즈의 스마트팜에서 생산 중인 오이. 그린몬스터즈 스마트팜은 센서와 제어기 등 환경제어프로그램을 통해 작물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관리해 최적의 데이터를 확보해 다음 작기에 적용하고 있다. [그린몬스터즈 제공] |
국제농업개발연구자문기구는 ‘헌신에서 행동까지: COP28 식품 시스템 전환 의제를 위한 기존 이니셔티브와 도구’ 세션에서 정의로운 전환으로 가는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물과 토양, 생물 다양성과 같은 천연 자원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비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농업 환경에 적은 외부적인 투입 기반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추가로 농업 물 관리 시스템 향상도 있었답니다.
또 저·중소득국가에서 건강하며 영양분이 풍부한 식품의 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비료를 적당히 사용해야 하고, 축산 분야에서는 메탄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작농들의 필요와 도움을 우선 사항으로 놓는 것인데요. 디지털 서비스를 촉진하고 농민들의 생산과 수입을 늘리기, 농업의 회복력을 향상 시키는 것이 있습니다.
결국 기술과 정책적 돌파구가 해결책이 될 전망입니다. 저·중소득국의 농업 생산성과 수입이 지속 가능하도록 늘리는 동시에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농업으로 망가질 수 있는 토양과 물 자원, 자연 생태계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