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석 제8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
윤원석(64) 제8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20일 오전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으로부터 임용장을 받는다. 4·10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김진용 전임 청장의 후임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을 역임한 윤원석 신임 인천경제청장(임기 3년)이 임용장을 받는 이날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는 영종 국제학교 유치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린다.
영종학부모연대 등 영종국제도시 총연합회와 지역 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영종 국제학교 유치 업무를 개발업자들 이권사업으로 변질시키지 말고 해당 책임자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나서 국제학교를 유치해 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전임 청장이 추진하던 영종 국제학교 업무를 학교 유치가 아닌 개발업자 선정 방식으로 공모하려 하고 송도와 비교해 공평하지 못한데서 빚어진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수개월째 파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부임하는 윤원석 청장이 국제학교 유치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논란속 국제학교 유치 업무 제대로 해 낼까
따라서 제8대 인천경제청장으로 첫 발을 대딛는 윤 신임 청장은 이날 영종 주민들이 호소하는 국제학교 유치와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 영문도 모르는채 국제학교 유치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내 국제학교 유치 업무를 맡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실무 임직원들은 윤 신임 청장에게 국제학교 유치와 관련된 업무보고를 제대로 할 것인지, 우려스러운 생각이 든다.
지난해 6월부터 불법·부실·비리 의혹, 공평성 배제, 고위 간부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저촉 여부 등 끊임 없는 국제학교 유치에 따른 논란이 언론(본보)을 통해 지적돼 왔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윤 신임 청장에게 실무자들은 분명 자신들이 추진해 온 국제학교 유치 업무가 합당함을 합리화시켜 윤 청장에게 보고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윤 청장이 평소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국제학교 유치 논란 과정 등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수개월 동안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팩트에 의한 올바른 내용을 모르고 실무자들이 보고한 내용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전임 청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위해 윤 청장은 송도와 영종에 국제학교가 어떻게 유치됐고, 유치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았으면 한다.
전임 청장의 과오 이어 받으면 ‘그밥에 그나물’
전임 청장의 과오를 그대로 받아 ‘그밥에 그나물’로 인식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업무 파악으로 전임 청장의 잘못된 과오를 바로 잡는 신임 청장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윤 청장에게는 국제학교 유치 업무가 중요한 과제이자,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청장은 전임 청장이 해 놓은 논란이 되고 있는 IFEZ 내 국제학교 유치 과정들을 상세하게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경제청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업자 선정 공모 방식을 통해 기존 학교부지를 축소시켜 개발업자를 뽑아 학교를 설립하려는 영종 국제학교 유치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왜 반발하고 있는지, 또 송도 국제학교로 유치한 영국 해로우스쿨이 우리나라 현행법에 왜 위법되는지, 다시 한 번 세밀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제학교 유치 논란속에 전임 청장의 공석으로 지난해 12월 말 변주영 차장이 직무대행을 하면서 임기 내 국제학교 유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달 8일 인천경제청은 영종 국제학교 부지 축소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발사업자에게 특혜 제공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원안대로 국제학교를 유치해야 한다는 영종지역 주민단체 의견을 수용해 추진하기로 했다.
변 차장은 영종 주민들과 사업 참여 희망자,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 법령 검토 등을 거쳐 신중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진된 사항은 없다. 인천경제청은 4·10 총선이 끝나면 바로 공모를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인천경제청 평소 주장대로 공모를 진행하는데 다만, 변칙을 통한 공모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인천경제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어떻게든 개발업자 공모 방식을 손 놓을 수 없는 그 무언가의 의심스러운 부분은 여전한 것 같다.
송도 국제학교(미국 채드윅스쿨, 카나다 칼빈매니토바스쿨, 영국 해로우스쿨)들과 같이 학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통해 유치하는 것처럼 평소 해오던대로 영종 또한 우수한 학교를 선정해 유치하면 될 것을, 공평성을 저버리고 굳이 개발업자를 뽑는 공모 방식으로만 고집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인천경제청 공모 계획에 대한 더 큰 문제점은 개발업자가 남는 이익으로 학교를 지어주도록 하는 것인데 당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개발업자들은 건축비가 적게 들어가는 학교를 선택할 것이고 결국 수준 낮은 학교와 손을 잡거나 부실공사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제학교 업무 책임자 ‘공직자의 이행충돌 방지법’ 저촉 지적에도 학교 유치 변함 없어
이런 와중에 국제학교 유치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이 ‘공직자의 이행충돌 방지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에 따라 영종 주민들은 더 이상 인천경제청에 명문 국제학교 유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영종 주민들은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직접 여러 학교들을 비교 검토한 결과, 영국 킹스칼리지스쿨(영국 랭킹 1위·세계 5위 최상위급 명문학교)을 유정복 시장이 직접 나서 유치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지난 6일 시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앞서 유 시장은 지난 2022년 5월 영종 주민들과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는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 6월 홍콩에서 홍콩기업과 해로우스쿨 유치를 위해 MOU를 체결한 전임 청장인 김진용 총선 출마예정자는 선거 공약으로 ‘송도국제도시에 반드시 해로우스쿨을 유치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왜 불법 논란이 많았던 해로우스쿨이어야만 할까,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해로우스쿨은 본교(비영리)가 아닌 홍콩기업(영리)이 설립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현행법에 적법하지 않은데다가 교육부에서도 위법하다는데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애초부터 선거를 대비해 유치해 온 것이고 나아가 송도 주민들을 기망하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처럼 위법되는 사안인데도 총선 출마를 위한 자신의 치적으로 쌓아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설립 승인 권한 갖고 있는 인천시교육청 설득으로 위법을 합법화 시키려는 속셈
여기에 변주영 차장은 지난달 말 송도지역 총선 민현주 출마예정자와의 간담회에서 송도 해로우스쿨 국제학교 추진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현재 해로우스쿨의 국내 분교 유치를 위한 협력 목적의 MOU만 체결된 상태로, 추후 학교 설립 관련 협약을 별도로 준비 중에 있다”며 “경제자유구역법의 외국교육기관 유치 관련 법령과 설립인가 주체인 인천시교육청과 협의해 송도국제도시에 걸맞는 국제학교를 유치하고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 차장이 말한 “국제학교 설립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인천시교육청과 협의한다”는 것은 결국 시교육청을 설득해 반드시 해로우스쿨을 유치하겠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위법을 합법화 시키자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국제학교 유치는 경제청 소관업무이며 최종 인허가는 시교육청 소관이다. 따라서 경제청이 유치과정에 교육청 협조를 받는 다는 자체가 행정 미숙이며 인허가 기관의 암묵적 지지를 받아 내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은 인허가 신청이 있어야 적격 여부를 검토해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시교육청은 현행법에 따라 설립 허가를 판단하는 기관이지 협의 대상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학교 추진과 관련해 질문한 총선 출마예정자나, 이를 답변한 변 차장이나, 두 사람은 현행법을 제대로 알고 질문과 대답을 한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국제학교 유치에 대한 논란의 본질도 모르는 총선 출마예정자와 현행법에 위반되는 학교를 시교육청과 협의해 적법하게 유치하겠다는 변 차장도 국제학교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신임 청장이 과연 국제학교 유치 논란 문제의 본질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제학교 유치 논란 외에도 전임 청장 시절 인천경제청은 ‘청라 영상단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논란’, ‘송도 R2 부지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지탄을 받아 왔다.
경제청 내부에서 조차 논란만 일으켜 실추된 경제청 명예획복 기대
경제청 내부에서도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경제청의 위상은 떨어지고 논란만 계속되는 혼란과 따가운 시선속에 상당수 직원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따라서 새로 임용된 윤 청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논란만 계속되는 인천경제청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인적쇄신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경제청 내부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
잘못된 과제와 사안들을 바로 잡는 윤 청장의 청렴한 모습을 볼 수 있길 원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윤 청장에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희망적이길 바랄 뿐이다.
‘복차지계(覆車之戒)’ 의미를 되살려 논란만 거듭되는 IFEZ가 아닌 미래를 향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IFEZ로 인정받고 뻗어 나가길 기대하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