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응 고심 커진 정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한 의료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정부가 27년 만의 2000명 의대 증원을 추진함에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의대 증원 추진이 의사들의 반발로 좌절됐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18일 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수도권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과 함께 20일 의료 현장을 떠날 계획을 밝혔고,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 단체는 같은 날 동맹(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한 이후 열흘 만에 집단행동이 본격화한 것으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당분간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집단행동에 대해 “의사의 면허를 취소시키더라도 엄정히 조치하겠다. 더 이상 선처는 없다”고 밝혀온 복지부는 연가 사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명령을 내리고, 현장점검을 신속하게 실시하며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각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전체 수련병원에 대해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가 출근을 안 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박 차관은 지난 2020년 의대증원 추진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전임의(펠로우)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했던 것과 관련해 “이번에는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가 이처럼 강경책을 거두지 않는 것은 그동안 의대 증원을 추진하다가 의사들의 반발로 접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3058명 수준으로 동결됐다. 복지부는 연구용역 등을 근거로 의대 증원을 검토했으나, 의사단체는 그때마다 정부를 압박해 증원 추진을 무력화했다.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내밀었다.

하지만 의협과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나서고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등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결국 계획을 접었다.

복지부 내에서는 이처럼 매번 의대 증원이 좌절돼 온 상황을 이번에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을 의약분업 이후인 2000년부터 2006년까지 351명 감축했던 상황을 언급했다. 의사들의 압박에 정원을 줄인 것이 지금 의사 부족으로 지역·필수의료가 위기에 처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의대 정원을 감축하지 않았다면 2025년에는 6600명, 2035년에는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더 배출됐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2000명 증원해 2035년까지 1만명을 배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너무 많이 늘리는 게 아니라 너무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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