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도 참전…’칩스법’ 업고 추월 노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장 사진.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출범을 선언한 반도체 기업 인텔에게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 규모의 ‘통큰 보조금’을 예고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만큼 당분간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풀며 자국 기업 챙기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안을 내놓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날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파운드리 사업 계획을 밝혔다.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을 제조하고,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처럼 2027년에 1.4㎚ 초미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행사에는 러몬도 장관 등 정부 인사가 참석해 반도체 산업 지원을 언급했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지급하는 정부 보조금은 100억달러 이상이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법 시행 이후 최대 금액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제조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법(칩스법)을 제정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대에 4년간 총 520억달러(약 70조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최근 미국 정부가 이 법에 근거해 각종 지원을 늘리고 있다.

13조원 역대급 보조금 예고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러몬도 상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이 반도체 제조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고 인공지능(AI) 기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로이터]

러몬도 장관은 미국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행사장에서 “미국이 소프트웨어와 설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한때 40%에 달하던 글로벌 반도체 생산 비중은 현재 15%선에 불과하다”며 “모든 칩셋을 미국에서 만들 수는 없지만 AI를 이끄는 칩셋에 대한 주도권은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반도체를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반도체 지원을 예고하기도 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법 2’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려면 ‘칩스 액트 투(제2의 반도체법)’가 됐든 다른 어떤 것이든 계속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내용은 6~8주 이내에 추가 발표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러몬도는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에 반도체를 돌려줘야”
21일(현지시간) 인텔 최고경영자 팻 겔싱어가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에서 인공지능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칩에 대한 급증하는 수요를 활용할 계획에 대해 발표 중이다. [AP]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를 강화하는 데는 재선을 앞둔 조 바이든 정부의 민심 잡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도체 기업 투자 및 공장 유치를 통해 11월 대선 전에 재임기간 성과를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에는 자국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원(약 2조 40억원)의 보조금을 푸는 예비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보조금은 글로벌파운드리스가 뉴욕과 버몬트에 추진 중인 신규 설비 투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파운드리스를 시작으로 인텔,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의 첨단 설비투자에 대한 대규모 지원 계획이 속속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미국 반도체 시장 부활을 위한 보조금 파티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과 동맹을 맺은 기업이 지원 대상에서 우선시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미국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칩 공급 예약을 맺었고, 인텔도 MS, 구글 등 미국 내 본사를 둔 기업의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미국·유럽과 아시아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20대 80”이라며 “과거처럼 50대 50대 정도의 비율로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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