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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코로나19 확산 후 숙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수면 시간과 식습관의 연관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식습관에도 악영향을 미쳐 체중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면 부족은 비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저서 ‘근본있는 건강상식’에서 “많은 사람이 비만이라 하면 단순히 먹는 양이 많고, 운동량이 적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여러 연구를 보면 수면 부족도 비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 부족 시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한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지난 2018년 국제학술지 ‘유럽임상영양학’에 실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수면 시간을 하루 5시간 30분 이하로 줄인 그룹은 다음날 섭취 열량이 이전보다 평균 385㎉ 늘었다. 쌀밥 한 공기(300㎉) 이상을 더 먹은 셈이다. 반면 열량 소비량은 증가하지 않았다.
단백질 같은 영양소보다 지방, 당분이 많은 음식을 더 찾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 연구에서 수면 시간을 줄인 실험자들은 다음날 ‘기름진’ 음식을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다. 당분 섭취량도 연관된다. 박창범 교수는 “영국에서 하루 5~7시간 정도 잠을 자는 성인에게 1~1.5시간 더 자도록 유도하자, 일주일 후 당분 섭취가 하루 평균 9.6g줄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현상은 뇌 영역의 영향에서 비롯된다. 지난 201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뇌에서는 식욕 조절 영역의 활동이 줄어 고열량 음식에 대한 자제력이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과 배고픈 상태를 알리는 그렐린 호르몬 조절에 이상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야간 근무를 할 때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져 체중 감소가 어렵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지난 2017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남서부의료센터 연구진은 쥐 실험 결과, 5주간 밤에 잠을 자지 못한 쥐들의 신진대사 리듬이 떨어져 지방 연소 능력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살이 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국제수면재단은 18~64살 성인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7~9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창범 교수는 “체중감량에는 적절한 운동과 함께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