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6일 오전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경찰은 주 위원장을 상대로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들의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의혹에 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6일 경찰에 출석해 1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정부가 고발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 가운데 처음으로 주 위원장을 마포구에 있는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오전 10시께 청사 안으로 들어간 주 위원장은 오후 8시께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내가 아는 사실 그대로 거리낌 없이 다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처음에 (경찰에서) 혐의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는데 당연히 그런 사실은 없으니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답했다.
주 위원장은 오전 조사 전에도 “말 그대로 숨길 것도, 숨길 이유도 없어서 편하게 왔다. 의료계 대표들을 고발한 정부 당국과 시민단체가 크게 당황할 것이다. 실제로 나올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 집단 사직을) 교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교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방조는 전공의들의 자발적 포기를 정부가 집단 사직이라고 규정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도 가만히 뒀다는 것인데 MZ세대는 신인류다. 선배들이 이러쿵저러쿵한다고 따르지 않고 혹시라도 선배들이 잘못 말해서 잔소리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후배들을 방조·교사했다는 건 본질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또 “살인적인 저수가로 출발한 대한민국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래 오늘의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며 “의사들의 2024년 운동은 비폭력, 무저항, 자발적 포기 운동이다. 정부가 '자발적 포기'라는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고집을 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고발당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경찰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주 위원장에 이어 9일에는 노환규 전 의협 회장, 12일에는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출석 일정을 아직 조율 중이다.
경찰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관련 고발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히 수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19일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부가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 다음날인 지난 1일 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당시 해외에 있던 노 전 회장에 대해선 지난 3일 귀국 직후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강제 수사는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김 비대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들이 전공의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봤다. 이로써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