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식품업계 유리천장은 깨졌을까 [언박싱]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가 학생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서울 시내에서 5000여 명의 여성들에게 장미 나눔 캠페인을 연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주요 10대 식품 기업의 임원 10명 중 9명이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헤럴드경제가 ‘국제 여성의 날’을 맞이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를 포함한 국내 주요 식품 기업 10곳의 평균 여성임원 비율은 12.2%로 확인됐다. 매년 3월 8일은 유엔이 선정한 국제 여성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분석 대상 기업은 지난해 매출 ‘3조 클럽’으로 잠정 집계된 ▷CJ제일제당 ▷동원F&B ▷롯데웰푸드 ▷대상 ▷SPC삼립 ▷오뚜기 ▷농심 ▷롯데칠성음료 ▷CJ프레시웨이 ▷풀무원(2조9934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9월 말 기준 여성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CJ제일제당이었다. CJ제일제당은 129명 중 30명이 여성임원으로, 23.3%를 차지했다. 분석 대상 기업 10곳 중 유일하게 20%가 넘었다. 이어 풀무원(18.8%), CJ프레시웨이(16.7%), 오뚜기(14.3%), 롯데웰푸드(13.1%), 대상(11.1%)등의 여성 임원 비율이 높았다.

여성 임원 비율이 한 자릿수인 기업도 절반 가까이 됐다. 롯데칠성음료(9.8%), SPC삼립(7.7%), 동원F&B(4.6%), 농심(2.5%) 등은 임원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7일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이 올라간 기업도 있다. CJ제일제당은 25.7%로 2.4%p, 대상은 12.3%로 1.2%p 올랐다. 풀무원 역시 23%로 4.2%p 늘어나면서 CJ제일제당에 이어 여성 임원 수 2위에 올랐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앞두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9위로 집계돼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합]

다만 여성 임원이 대부분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 주요 임원진보다 외부 인사인 사외이사에 편중돼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성임원 수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밀접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 근거는 남성 중심의 편향된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좀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전체로 보면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인 경우가 많지만, 임원진의 경우 여성 임원 비율은 낮은 편”이라며 “여성임원이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단기간에 여성 임원 비율을 큰 폭으로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의 날을 앞두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하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 남녀 고등교육·소득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 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의 지표를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매년 유리천장 지수를 산정한다.

지수가 낮다는 것은 일하는 여성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올해까지 12년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1위는 작년에 이어 2년째 아이슬란드가 차지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그 뒤를 이어 북유럽 국가가 일하는 여성에게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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