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 구하려 출근도 포기”…‘印 실리콘밸리’ 벵갈루루에 물부족 피해

지난 13일(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 라자라제스와리 나가르에서 주민들이 무료 배급 물탱크에서 깨끗한 식수를 받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인도에서 물 부족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벵갈루루에서도 시민들이 물을 확보하기 위해 출근을 나가지 않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물부족 사태로 인해 시민들이 샤워를 자제하거나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일을 나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에서 물 부족은 오래전부터 거론돼왔던 문제다. 특히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최다국이 된 인도가 물부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 6월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인도가 세계 인구의 18%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수자원을 보유한 인구가 고작 4%에 불과해 세계에서 물부족이 가장 심각한 국가가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물부족 사태에 벵갈루루도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벵갈루루는 IT기업인 인포시스나 소프트웨어 컨설팅 전문업체 위프로와 같은 수백 개의 신생기업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인도의 인포테크 중심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BBC는 “벵갈루루의 1500만명 시민들은 매일 최소 20억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난해 몬순으로 인해 지하수가 고갈된 나머지 매일 2억 리터의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운동가 스리니바스 알라빌리는 “벵갈루루에서 교통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지만, 실제론 물 부족 사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심 일부 아파트에선 세차 횟수를 일주일 두 번 이하 줄이고 화장실 물을 내리는 횟수도 제안하는 등 물 절약에 나서고 있지만 물 가격이 오르면서 주민들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인도 벵갈루루의 한 아파트 관리자는 BBC에 “이전에는 물탱크 한 대당 700루피(약 1만1000원)를 지불했지만 현재는 1000루피(약 1만6000원)까지 올랐다”고 토로했다.

벵갈루루 공무원들은 물탱크 가격을 규제하는 것부터 정원 가꾸기와 세차에 식수를 사용하는 것에 벌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과도한 단속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물 부족으로 인해 공장의 생산 속도가 둔화되고 일부 기술직 근로자들이 사무실 회의에 불참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브랜드 전문가 하리쉬 비쥬르는 “이번 위기가 벵갈루루의 투자처로서의 명성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경고’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태가 이러하자 벵갈루루 정부는 카베리강에서 도심에 물을 공급하는 ‘5단계 사업’을 오는 5월까지 끝냄으로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이 같은 방안마저도 우려가 따른다. 카베리강에서 물을 끌어와도 시민들의 물 수요를 맞추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 이사회 의장인 투샤르 기리나트는 정부가 5단계 사업으로 오는 2040년 전까지 벵갈루루의 물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에 대해 “도시가 성장하는 속도를 고려할 때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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