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김동준 “실존 인물 역할이라 부담이 컸다”[인터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고려 현종은 실존인물이다. 내가 살아가는 나라를 지켜주신 분이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 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댓글로도 이 분의 치적과 업적들을 많이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김동준(32)은 지난 10일 종영한 KBS 2TV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열연을 펼쳤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동준은 극 중 고려의 8대 왕이자 고려 왕조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한 군주인 현종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김동준은 혼란한 정세 속 점차 성장하는 왕의 모습을 훌륭하게 표현하며 호평받았고, 특히 강감찬 역의 최수종과 특급 케미를 발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장이 항상 좋았다. 32부작을 찍으면서 4계절을 다 겪어봤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촬영이 끝나고도 헤어지기 아쉬워했다. 전우애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최수종 선배님은 분장팀 등과 20년 관계다. 모든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친절하게 대해주고 배려를 해주며 웃으면서 끝났다."

김동준은 초반 대량원군 시절과 갑자기 왕위에 오른 상태에서 연기가 어색하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지만, 점점 현종 왕에 어울리는 연기를 정착시켜 나가며, 안으로는 호족세력, 밖으로는 거란 등 국내외적으로 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고려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연기논란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있는 신에 대한 집중이 중요했다. 32부작인데, 대량원군은 절에서 시작한다. 궁에 들어와 진짜 왕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는 왕이 아닌 10대의 패기 넘치는 사람이고 어리버리한 캐릭터다.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려야 했다. 변화된 시점이 있고, 그러지 않으면 궁금증이 안생긴다고 생각했다."

김동준은 "처음 궐안에 들어와서도 불안감은 컸다. 용포를 입었지만 실제 왕은 아니었다. 왕 교육도 받지 못했다"면서 "현종은 호족 세력에 맞서면서 백성의 마음을 얻는 리더십을 키워나간다"고 했다.

김동준은 특히 발성에 유의했다. 처음에는 불안한 존재로서 신하들과 얘기할 때도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점점 왕답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발성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본인에게 물어봤다.

"매신마다 발성 몇가지를 준비해 최수종 선배님께 물어봤다. 어떤 게 더 왕손스러운지 수종 선배와 감독님과 함께 논의했다. 높은 톤과 낮은 톤을 사용해보고 두 분께 어떤지를 물어봤다. 정치적 스승님(강감찬 역을 한 최수종)에게 배워 성장했다. 좋아하면 닮아간다고 하지 않나. 어투와 발성, 발음을 따라해봤다. 목소리를 긁어서 내보기도 했다. 현종이 궁궐에 들어가서는 점점 차분해지고, 단호해진다."

김동준은 지난해 5월부터 촬영에 돌입해 종영 직전까지 찍었다고 했다. 거란에 비해 약한 고려의 왕으로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는 "거란은 사신을 통해 계속 압박을 가했다. 김은부를 보낼 때도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백성들을 왜 적국에 보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고 현종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했다.

김동준은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질문을 하면 최수종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대하사극에서 대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는 데 어떻게 부담이 안될 수 있나?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했더니 '교과서 같은' 최수종 선배님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전했다.

"상원수 강감찬을 연기한 최수종 선배님께 매 신 여쭤봤다. 선택지를 많이 알려주셨다. 최수종 선배님은 발성뿐만 아니라 장단음도 대하사극에서는 신경을 쓰자고 했다. 질문을 자주 하면 귀찮을 수도 있는데, 매번 열정적으로 답을 해주셨다. 스태프 한사람 한사람에게 모두 친절하게 대하셨다. 더위로 지쳐가던 여름날 최수종 선배가 검차 위에 올라가 스태프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선배님에게 애티튜드를 배웠다. 최수종 선배님은 NG가 없다. 날이 서있다. 항상 30분전에 촬영장에 도착하는 등 모범을 보이셨다."

김동준은 "최수종 선배님은 은인이다. 단순히 도움을 준 선배를 넘어, 아버지 같고, 때로는 스승 같고, 어떨 때는 장난기 많은 친구다. 연기에 미친 광인 같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을텐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고 계속 최수종에 대한 말을 이어갔다.

김동준은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동료들과도 소통을 한다고 했다. 임시완은 김동준에게 "작품을 잘 선택했다"며 격려해주었다고 했다. 김동준도 자신과 같은 부산 출신인 임시완이 '소년시대'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걸 보고 "웃기면서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김동준은 이번 드라마가 군에서 전역한 후 첫번째 작품이다. 체력을 키워, 벌크업을 해 이미지 변화를 주려고 했는데, 왕손의 몸은 크거나 벌어지면 안된다고 해 8㎏이나 줄여야 했다.

김동준은 "촬영기간동안은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각별히 조심했다. 다칠까봐 축구도 거의 안했다. 쉴 때도 걷기만 했다"면서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극에서 또 부르면 간다. 현종으로 1년을 살았다면 또 다른 모습으로 살고싶다. 물론 현대물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하고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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