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역전 노린다”…미 정부,자국기업 인텔에 195억달러 ‘파격’ 지원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텔에 대한 지원을 직접 발표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우리는 미국 이곳에서 40년 만에 첨단 반도체 제조가 다시 부활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장 연설을 통해 인텔에 대한 지원을 직접 발표했다.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것(투자)은 반도체 산업을 변화 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생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 인텔에 195억달러(약 26조원)의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제공키로 했다. 2022년 제정한 반도체법(칩스법) 시행 후 최대 규모다.

미국은 인텔 지원을 통해 현재 12% 수준인 첨단 반도체 생산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입장이다. 정부를 등에 업은 인텔은 앞으로 5년간 1000억 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한다.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한 ‘자국 기업 띄우기’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문학적 돈 풀며 “美 반도체 부활”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텔이 개발한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95억달러 지원금’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당초 전문가들은 인텔의 보조금은 100억달러로 예상했다. 반도체법 예산이 총 527억달러인데다, 다른 기업의 예상 지원금이 100억달러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에 60억달러, 대만 TSMC에 50억달러의 지원금이 제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원 규모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혜택도 파격적이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에 더해 반도체법에 따라 110억달러(약 14조 8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도 인텔에 실시키로 했다. 여기에 25%의 세제 공제 혜택까지 제공한다.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약 11조 4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1000억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하이오, 오리건 등 4개 주에서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에 최첨단 로직 팹(fab·반도체 생산시설) 2곳을 건립하고 기존 시설 현대화하는 등 최첨단 패키징 시설로 전환 등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000억달러 중 30% 가량이 건설 비용에 사용되고 나머지 금액은 칩 제조에 필요한 도구를 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만 TSMC 의존 위험” 시장점유율 12%→20% 목표
인텔 로고 [로이터]

인텔 지원으로 미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감소했다. 로이터는 “미국 반도체법의 목표는 중국과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은 중국-대만 문제로 대만 TSMC에서 제조한 반도체 칩에 의존하는 상황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교란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는 등의 이유로 제정됐다.

미국은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킨카이 찬 서밋인사이트 분석가는 “인텔이 최첨단 칩 분야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되기까지는 여전히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를 바이든 정부의 성과로 만들기 위함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이번 인텔 지원이 발표된 앨리조나주도 6대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중 한 곳이다. 로이터는 “바이든의 이번 애리조나 여행은 11월 대선에서 의석을 방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대규모 대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에 보조금을 풀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과 별개로 수출 및 투자 통제 등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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