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200석’이라더니…72억이나 들인 출구조사, 빗나간 이유?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관련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올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단독 과반'을 달성했지만,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최대치로 예상됐던 '범야권 200석'은 나오지 않았다. 지상파 3사는 이번 출구조사에 총 72억8000만원을 들였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완료된 오전 11시 현재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1석,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14석 등 총 175석을 석권했다. 또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정당 국민의미래 18석 등 총 108석에 그쳤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집권 여당이 이 같이 큰 격차로 야당에 패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200명)만 가까스로 지켜냈을 뿐, 조국혁신당(12석) 등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이 190석에 육박하면서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22대 총선 투표율은 67.0%로, 14대 총선 이후 32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앞서 선거 당일인 전날 오후 6시께 지상파 3사는 출구조사 결과를 분석해, 국민의힘이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함께 85∼105석, 민주당과 민주연합이 178∼197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군소정당의 경우 조국혁신당 12∼14석, 개혁신당 1∼4석, 새로운미래 0∼2석 등으로 예상됐다.

민주당(민주연합 포함)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는 전망인 동시에 민주당에 조국혁신당을 합한 범야권 의석이 '200석 안팎'이라는 관측이었다.

이 중 민주당이 단독 과반의 압승을 거두면서 원내 1당을 차지한다는 예측은 큰 틀에서는 맞았지만, 범야권 의석수를 높게 예상하는 바람에 실제 개표 결과에서 빗나가는 예측을 한 셈이 됐다.

방송사별로 보면, KBS는 민주당과 민주연합,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 의석은 개표 결과 187석(민주당 175+조국혁신당 12)인데 이들 정당의 출구조사 최저치를 모두 더하면 190석(민주당 178+조국당 12)으로 3석이 많은 것이다.

SBS는 출구조사의 범야권 의석 예측 최저치는 193석으로 6석이, MBC는 194석으로 7석이 각각 실제 개표 결과보다 많았다.

이처럼 실제 결과와 출구조사가 다른 첫번째 원인으로는 31.28%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사전투표율이 꼽힌다.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일에는 출구조사를 진행할 수 없어 사전투표 참여 유권자 1384만9043명의 표심이 반영되지 않으므로 방송사의 데이터 보정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상파 3사는 이번 출구조사 사업비로 총 72억8000만원을 들였지만, 그럼에도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총선 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도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지난 3일까지 실시해 발표한 정당 지지도 및 투표 의향 조사는 대체로 민주당이 우세한 추이를 내놨다.

한국갤럽의 최신 여론조사(3월 26∼28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0%,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9%였고,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 조사(4월 2∼3일·1004명 대상)에서도 국민의힘이 36.0%, 민주당이 44.6%였다. 또 지난 4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4월 1∼3일·1004명)는 '지역구 투표 의향'을 국민의힘 39%·민주당 37%로 집계했다.

실제 의석수 격차를 고려하면, 판세를 제대로 읽었다고 보기 어렵다.

주요 격전지의 승패로 들어가면, 이 같은 예측은 더욱 엇나갔다.

출구조사에서 서울 동작을, 용산, 경기 성남 분당갑, 성남 분당을, 포천·가평, 동두천·양주·연천을, 이천, 인천 동·미추홀을, 부산 남구, 북구을, 사하갑, 부산진갑, 경남 양산을, 충북 충주, 강원 원주갑 등 15곳은 민주당 후보의 '경합 우세'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이들 지역은 그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격전지로 꼽힌 곳이기도 하다.

서울 도봉갑·마포갑처럼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했다가 국민의힘이 이긴 곳도 있다.

경기 화성정 역시 여론조사·출구조사에서 민주당 공영운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당선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차지였다.

경남 창원진해의 국민의힘 이종욱 후보도 그간 열세 흐름으로 조사되며 애를 태웠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울산 동구의 경우 출구조사에서는 국민의힘 권명호 후보가 민주당 김태선 후보를 앞설 것으로 예측됐으나, 뚜껑을 열자 김 후보가 0.68%포인트(568표) 격차로 이겼다.

한편, 선거 여론조사에서 가상의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활용하는게 가능해지면서 선거 결과 전반에 대한 예측도는 집전화 번호에 의존했던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정치적 활동이나 의사 표현에 적극적인 이들의 여론이 과도하게 반영되고, 무당층 등 조사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여론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한계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특정 선거구 대상 조사의 경우, 표본이 500명 안팎에 불과한데다 응답률도 높지 않아 '숨은 표심'을 찾아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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