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중동유가발(發) 비용 인플레…고환율까지 겹쳐 금리 인하, 더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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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가가 상방압력에 직면했다. 유가가 뛰면 지난 2년 동안 가량 경제를 짓누른 비용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하면서 달러 수요가 몰리고, 환율이 더 튈 가능성도 크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위기를 올해에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도로 식고 있다. 4분기로 인하 시작 시점이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은 물론, 올해 내 인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80원 넘은 원·달러 환율…물가 더 오를 수 있다

1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환율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져 달러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6.6원 오른 138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이에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로 환율시장이 흔들리면 적극 개입하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중동 사태로 당분간 글로벌 위험회피(risk-off) 흐름이 강화되고 이스라엘의 대응 강도, 주변국 개입 여부 등 상황 전개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향후 국제 유가와 환율 움직임, 글로벌 공급망 상황 변화 등과 그 파급 영향에 따라 국내외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이 뛴다고 해서 과거 외환위기 수준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자금조달 시장이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과거엔 전반적으로 대외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대외순자산국이다. 즉, 전반적인 경제 구조가 달러 빚을 갚는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환율 상승으로 인한 2차적 고물가 문제는 여전하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가에 직접적인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불확실성 짙어진 유가·멀어진 물가안정…고금리 더 버텨야

비용 인플레이션의 근원인 유가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치솟았고,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마감했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상승했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현실화하면서 유가가 출렁였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단행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중에서도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중동, 특히 이란이 전쟁에 휩싸이면 유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물가 상승을 일으킨 게 유가였다. 사실상 모든 소비자물가 품목의 원자재로 역할하는 유가가 뛰면서 광범위한 비용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 최근 물가가 비교적 안정될 수 이유도 이 유가가 내렸기 때문이다.

이미 석유류 물가는 14개월만에 다시 뛰기 시작했다. 석유류 전년동월비 물가는 지난해 2월(-1.7%)부터 올해 2월(-1.5%)까지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3월(1.2%)부터 뛰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다. 아직 이란·이스라엘 충돌은 반영되지도 않은 상태다.

금리, 최악엔 4분기에 내린다

3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이에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금융기관들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3개월 연속 상승하자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12월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오는 6월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양사의 이전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미국보다 이미 역대 최대 수준(2.0%포인트)으로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없다. 미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해야 한국은행도 통화정책의 공간(룸)이 생긴다. 그런데 미국 조차도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한 이후 증권업계는 첫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7월에서 8월, 늦게는 10월로 늦춰 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7월부터 한은이 세 차례(7·10·11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10·11월 두 차례 인하로 변경했다.

대신증권은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7월에서 8월로 미루고, 금리 인하 폭은 75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줄였다. 연내 3회에서 2회로 금리 인하 횟수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기자 간담회에서 “6개월 (전망) 시점으로 말씀드리면 금통위원 모두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정사실처럼 언급되던 시장의 ‘하반기 인하설’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위기가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다. 내수 침체는 물론 부채 부실 문제도 커질 수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5%로 전달 말(0.38%) 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 부실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등급, 또는 향후 신용등급 조정 방향을 뜻하는 등급전망을 현재보다 ‘강등’한 건설사(신용등급 BBB- 이상)는 GS건설·신세계건설·한신공영·대보건설 등 총 4곳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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