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 트렌드, 매일 공부해야 단속합니다”

김지환 경기남부경찰청 기동순찰대 경사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매일 걸어서 순찰하던 길에 PC방이 새로 생겼습니다, 그런데 암막커튼으로 창문을 다 가려놨더라고요. 일반 PC방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계기였습니다.”

지난 3월 1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김지환 경기남부경찰청 기동순찰대 경사는 의아함을 느끼고 팀원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매일 근처를 순찰하던 김 경사는 새로 생긴 PC방이 일반 PC방과는 다름을 느꼈다. 두꺼운 암막커튼으로 가려둔 창문, 주변보다 유독 많은 CC(폐쇄회로)TV, 통상의 PC방이라면 벽에 즐비하게 붙어 있어야 할 게임 포스터가 한장도 없는 점도 수상했다.

김 경사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다년간 범죄예방질서계 풍속 단속 요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불법 PC방 행태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출입구를 가보니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초인종을 누르고 내부에서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건 내부로 진입하기만 하면 불법 행위를 발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때를 기다렸다. 그는 다음날 저녁 시간 다시 해당 PC방을 찾았다. 손님이 많아지는 금요일 저녁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손님인 척하며 손쉽게 해당 PC방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경사는 PC방 주변에 기동순찰대 팀원들을 대기시켜 둔 상태로 혼자 PC방 초인종을 눌렀다. 내부는 어두웠고, 손님 약 8명은 일반 게임이 아닌 카지노 등 사행성 게임에 빠져 있었다.

김 경사는 환전하는 모습을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손님들이 빠져있는 게임이 슬롯머신·카지노 등 불법 게임인 것을 인지하고 팀원들을 내부로 불렀다. 사행성 불법 PC방을 운영하던 피의자 2명을 검거하고 PC 24대와 현금 465만원을 압수한 순간이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등록되지 않은 불법 게임물을 이용하게 해주는 운영자는 처벌대상이다.

김 경사는 ‘세심한 관찰’과 ‘공부하는 습관’이 이번 검거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 경사는 “1~2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홀덤펍이 그렇듯이, 불법 풍속 업소를 단속하기 위해선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며 “새로운 범죄가 일어나면 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매일 공부하고, 나라면 어떻게 대처할까에 대해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했다”고 했다.

불법 사행성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의 경우 환전하는 순간을 잡거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게임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 김 경사의 설명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기동순찰대의 팀워크도 도움이 됐다. 김 경사는 “불법 풍속 업소 단속의 경우 개인이 혼자 검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버튼 하나면 본체에서 다른 게임이 나올 수 있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명이 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황용환 기동순찰 12팀장을 비롯한 팀원 모두에게 고맙다”고 했다.

김 경사는 기동순찰대만의 도보순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경사는 “검거 장소가 좁은 골목길로 되어 있어 일반 순찰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기동순찰대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과 범죄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을 통해 선정된 범죄취약지를 위주로 집중적인 도보순찰을 한다”며 “이번 사건 역시 기동순찰대만의 도보순찰이 빛을 발했다. 앞으로도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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