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지폐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국의 견조한 경제성장과 금리인하 지연에 중동 지역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달러 강세가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올들어 4% 넘게 상승했다. 이 지표는 모든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평가한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 역시 22일 전장 106.127보다 0.14% 오른 106.271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달러 인덱스는 4.8%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고금리, 고물가 속에도 미국 경제만 성장세를 이어감에 따라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이란의 충돌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달러가 ‘최후의 피난처’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 그룹은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가드의 알레스 코티 국제금리 책임자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달러를 사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달러가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20% 더 비싸긴 하지만, 향후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웰스 파고 투자 연구소는 2025년까지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웰스 파고는 연말까지만 해도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경제의 강세로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장기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도 “미국 예외주의가 퇴조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는 한 달러화 장기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직격탄을 맞는 국가들은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과 한국, 폴란드는 이미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만6000루피를 넘어서 통화 약세를 보였다. 말레이시아 링깃 가치는 1998년 이후 26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했다. 대만달러 가치는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리핀 페소 환율도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7페소까지 오르는 등 약세를 보였다. 인도 루피 가치 역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나이라도 지난 1월 달러당 1490달러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져 올해 초 이후 손실률이 4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