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증원 현실성 의문…”우리병원 2조4000억 주면 가능”

김창수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4일 오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주최로 열린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종료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지대로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병원 운영 비용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연 세미나에서 "의대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병원을 4배로 지으면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충북대 의대는 정원이 기존 49명에서 151명이 늘어난 200명이 됐는데 정부 발표대로 정원을 늘릴 경우 얼마나 큰 투자가 필요한지 강조하면서 정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배 교수는 “우리 병원에 2조4000억원만 주면 된다"라며 "소규모 학습·실습이라는 의대 교육 특성과 우리 실습실 현황을 고려하면 층당 30억원씩 120억원을 들여 4층 건물의 공간을 전부 바꾸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병상수와 교수 현황 등을 고려하면 병원을 4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저 2조4천억원만 들이면 된다"라고 꼬집었다.

배 교수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원점 재논의가 정부와의 대화의 필수 조건인데 증원이 중단된다고 해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100% 복귀는 난망이다"라면서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년에 의사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텐데 대학병원은 무너질 것이고 국민들이 체감하게 되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들의 휴진을 두고는 "환자를 많이 보는 교수들은 일주일이면 250명씩 예약이 잡혀있는데 통상 4개월 단위로 예약이 돌아가기 때문에 교수 1명당 환자가 3천명을 넘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교수들이 단번에 외래진료를 끊어버리겠다고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일제히 증원 등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재차 주장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축사에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절대로 필수·지역의료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역시 의료 현장과 교육 현장을 제대로 반영 못 한 것으로, 정원 확대나 정책 패키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은 모든 교육 기반을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것으로, 당장 증원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며 "(증원하더라도) 의사 수급 관련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 의사 수급 모델을 연구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세미나 후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공정하고 과학적이며 수없이 많은 의료 전문가가 검토하고 만들었다는 수천장의 자료와 회의록을 사법부에 제출하고 명명백백히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료계는 법원에 의과대학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10일까지 정부가 2천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와 현장실사를 비롯한 조사 자료, 대학별 배분 관련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전의교협은 의학회 등과 연계해 의사 수 추계 모형의 타당성, 예산 및 투자 현실성 등을 검증하고자 국내외 전문가 30∼50명을 모아 정부 근거 자료를 분석한 뒤 공개할 계획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의협의 범의료계 협의체 결성 구상에 관한 질문에 "첫 번째로 증원 재검토에 대한 의결이 선행되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의교협과 별개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의 '5월 10일 전국 휴진', '증원 확정 시 1주간 집단 휴진' 방침과 관련해 휴진은 각 대학 비대위나 교수협의회가 정할 일이라면서도 "응급·중환자 진료나 수술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휴진하는 데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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