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이제는 공공부문도 직무 중심으로

노동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경제는 저성장기로 들어섰고, 유례없는 초저출생으로 고령화는 더 빨라지고 있다. Chat 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 발전은 시시각각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한편, 새로운 가치관과 높은 공정성 인식을 가진 이른바 MZ세대가 노동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던 기존의 인사 및 임금관리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 시대다. 업무의 상대적인 가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통해,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노동인구 감소 등에 대응할 수 있다. 직무에 근거한 보상제도는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하여 우수한 인재를 유입시키고 조직 내부에서 성장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도 결정적이다. 그렇다면 공공부문에 직무 중심 인사관리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일을 관리하는 방식이 직무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에서 수행하는 직무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해 직무기술서 등을 작성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다음은 분류된 직무들의 상대적인 가치를 측정하고 각각의 등급으로 구분해 임금등급을 설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임금 밴드를 설정하는 직무평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충분한 이해와 참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처럼 직무중심 인사관리 제도 도입은 녹록지 않다. 특히 도입 초기에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직무가치를 산정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공공부문이 인사 및 임금관리를 직무중심으로 재편해 나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더 개인이 지닌 전문성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으며, 직원들에게 성장 동기를 부여하여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미래 인구구조와 변화하는 노동 가치관에 부합한다는 점도 다시 강조한다.

많은 서구 선진국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 인사관리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서구 노동자들 역시 ‘공정한 제도’라는 인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공공부문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직무중심 인사관리 제도로의 전환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23년 경영평가 중 직무급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미 100개가 넘는 공공기관들이 직무가치를 보수에 연동하는 ‘직무급’ 제도를 도입했다. 채용, 보수, 승진, 평가 등 인사관리 전반에서 이제 직무급이라는 밥그릇의 첫술을 뜬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굳이 기대를 숨기지 않겠다.

우리 공공기관들이 제도개혁을 위해 앞장서고, 노동자들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정부는 필요한 자원과 인프라를 신속히 공급한다면,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운영 수준 또한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다. 국민의 관심과 성원도 빼놓을 수 없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