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원구성·영남당 극복…추경호, 출발하자마자 시험대 [이런정치]

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22대 국회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를 이끌 수장에 추경호(3선 당선·대구 달성) 의원이 선출됐다. 여권의 손꼽히는 경제통인 그는 합리적인 성품과 당정의 요직을 거치며 쌓은 대야 협상력이 주 무기다. 이달 말 예상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요구하는 거대 야당을 상대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0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집무실로 첫 출근한 추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실무진 현안보고에 들어갔다. 검정색 백팩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나타난 추 원내대표는 이어지는 취재진의 현안 관련 질문에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지도부와 면담 계획에는 “만나야죠”라고 짧게 답했다.

추 원내대표를 두고 당 내에선 “데뷔무대가 곧 시험대”라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이달 말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고, 이 본회의에서는 지난 2일 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앞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변수는 국민의힘 내 이탈표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웅·안철수·조경태·이상민 의원이 채상병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 표결 당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탈표 현실화의 신호탄을 쐈다.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추가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탈표 관리 역할을 맡게 된 추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반적인 생각, 기조와 관련해서 저는 대통령께서 말한 것과 같이 한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 “(당의) 입장이 정해지면 그때는 단일대오로 좀 움직여줘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당론 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등 야당 반대로 발이 묶인 민생법안 처리도 풀어야 한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시작될 원 구성 협상은 최대 과제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으로부터 법제사법위 등 7개 상임위원장직을 돌려받는데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대 총선에서도 단독 과반을 달성한 민주당은 이번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국회의장, 법사위원장에 이어 관례상 여당 몫이던 운영위원장까지 요구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21대 국회 첫 원 구성 협상이 이뤄졌던 지난 2020년 상임위원장 몫을 지키지 못했던 주호영 원내대표를 상대로 사퇴 요구까지 나왔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 자리는 자칫하면 임기를 다 채우기 어려울 수도 있는 ‘독배 중 독배’”라고 말했다.

‘영남당 한계’ 극복도 숙제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수도권에서 19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일반 민심에 소홀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주호영·윤재옥 전 원내대표에 이은 세 번째 대구 원내대표다. 다만 그는 전날 “왜 좋을 때 TK(대구·경북)가 (원내대표를) 하고, 어려울 때는 다선 영남이 안 나서냐는 시각이 있었다”며 “고심 끝에 출마한 결론도 그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 문제에서 누구보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충분한 복안과 소신을 갖고 의정을 이끌 것 같다. 협상력에서도 대야 협상을 정부에서 평생을 해온 분”이라며 “우리로선 소중한 인물이 됐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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