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급등’ 삼성전자 갑자기 주가 말아 올린 ‘미스터리’…엔비디아向 HBM 순항 신호? [투자360]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시가 7만5300원→저가 7만4000원→고가 7만8200원→종가 7만7200원’

국내 시가총액 1위 종목 삼성전자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불확실성 이슈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하루에만 6% 가까이 요동쳤다. 주가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표한 외국인 투자자가 강(强)매도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가 하루 사이 순매도세에서 순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주가 변동폭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向) HBM 공급 가능성을 놓고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전보다 1.71%(1300원) 상승한 7만72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3.07%(2400원)나 급락했던 흐름을 하루 만에 끊어낸 것이다.

주가가 최종적으로 상승 마감하긴 했지만, 하루 종일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냉탕’과 ‘온탕’을 오간 형국이었다. 주가가 7만4000원까지 내려 앉으며 지난 3월 20일 이후 최저 장중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오후 2시께 7만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불과 한 시간 만에 7만8000원대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는 4313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인 개인과 2534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기관이 주도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향 HBM 테스트 실패 보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를 이어갔지만, 점차 소화되며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테스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면서 “일정 부분 투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은 전날만 삼성전자 주식 7137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조139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종목별 순매도 1위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일부 외신의 보도가 전해진 당일엔 56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바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엔비디아향 HBM 납품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통해 여전히 기업들은 인공지능(AI)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이런 국면 속에서 가장 앞서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초기로 평가 받는 HBM 시장에서 1위인 SK하이닉스에 크게 밀리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선 오히려 지금이 삼성전자 주식 매수 타이밍이란 조언이 나오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부 품질 테스트도 안 된 제품을 샘플링할 정도의 영세사업자는 아니다”면서 “엔비디아의 극한 환경에서 필드 테스트(Field test) 결과 일부 결점이 발견됐을 수 있지만 이는 상호 간 협의 영역”이라고 짚었다. 이어 “실적과 밸류에이션만 봤을 때는 (외신 보도가) 하락할 만한 요인까지는 아니다"라면서 "비중 확대 기회로 삼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폭증 중인 HBM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향후 AI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경쟁사들의 단기 추가 대응 여력의 한계가 삼성전자에게 있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강세 속에 HBM 공정 난이도 급증에 따른 공급 제약, 경쟁자들의 단기 추가 대응 여력의 한계는 삼성전자의 HBM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점증시키고 있다”면서 “고객사들의 AI 수요에 대한 원활한 대응을 위해서는 HBM의 안정적 수급이 필수로 HBM 공급 부족은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당위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단기적인 HBM 1위 탈환보다는 메모리 이익 극대화가 더 중요하다”며 “HBM 공급 부족 상황을 활용해 HBM으로 생산능력(CAPA) 배분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이 HBM 점유율 상승과 메모리 이익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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