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촉구하며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 |
삼성전자 설립 후 최초의 파업을 여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겉으론 직원들의 복지 강화를 주장하면서 속내는 민주노총과 손잡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 모두에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전삼노는 현재 삼성전자는 위기가 아니라며 보상을 늘려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사회적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설립 이후 최초의 파업을 선언하면서 내달 7일 조합원들의 단체 연차 사용을 통해 첫번째 파업을 진행키로 했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400여 명이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버스 농성도 이어간다.
하지만 이번 전삼노의 파업 선언 이면에는 민노총 가입을 위한 포석 등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삼노의 상급 단체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노조다. 그럼에도 전삼노는 지난 24일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촉구하며 진행한 문화행사에서 민주노총에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인력 약 200명이 ‘질서 유지’ 명목으로 단체행동에 동참했다.
민주노총이 전삼노를 포섭해 삼성전자 내부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고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가 사내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열린노조를 전삼노와 연대시키기 위해 2023년부터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열린노조가 ▷상급단체 없음 ▷불필요한 파업 지양 ▷정치적 중립 등을 이유로 연대를 거부하자 전삼노는 돌연 열린노조를 ‘사측 어용 노조’라며 비판했다.
열린노조는 1만9800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 소속이다. 초기업 노조도 “삼성 제품 불매운동, 국내외에서 이재용 회장을 비방하는 등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는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전삼노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전삼노 집행부들은 연일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8일 있었던 8차 교섭 결렬 배경에 대해서도 특정 간부가 사측 교섭위원들에게 고성과 막말, 삿대질을 계속하면서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해 사측 위원들이 퇴장한 것이라는 제보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영 악화 시기에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손우목 위원장은 “노조가 봤을 때 삼성은 위기가 아니다”라며 “회사는 10년간 계속 위기라고 외치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노조가 핍박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국 부위원장도 “사실 최근의 HBM 사건이나 이런 일들은 노조 리스크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 사태”라며 “삼성 직원들이 정당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 때문에 사기가 엄청 떨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경영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BM 위기는 결국 직원들이 나서서 열정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며, 삼성은 그런 저력이 있는 회사”라며 “삼성에 똑똑하고 유능한 직원들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극복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아서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보상의 부재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어 최근 HBM 사태 등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전삼노가 내달 7일 진행하는 첫 파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현충일(6일) 다음 날이라 이미 많은 구성원들이 연차를 계획하고 있는 샌드위치 휴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원래 그날 연차를 쓰려고 했던 직원들이 마치 노조 파업 동참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눈치를 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노조도 어느 정도 리스크를 피하려고 7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