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법정 기한 한 달도 안 남았는데…使 “구분적용” vs 勞 “확대적용”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전’하고 있다. 법정 심의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업종별 구분적용을 주장하는 경영계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확대적용을 요구하는 노동계가 결론 없는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배달라이더, 웹툰작가 등은 ‘자영업자’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며 경우에 따라 근로자성이 인정된 이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위해선 그 ‘필요성’이 먼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적용은 ‘차별’이라며 최근 22대 국회에서 해당 법에 대한 개정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예정시간보다 10분 가량 늦은 10시40분에 시작한 이날 회의에서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모두발언 없이 노사공 운영위원에 발언권을 넘겼다.

使 “지불 능력 고려해야…도급제 최임 정하려면 ‘필요성’ 인정돼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두 번째 전원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 [연합]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16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 영업이익은 23.2% 감소했다”면서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금액은 1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류 위원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40~50%포인트 차이를 보이는 비정상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업종별 구분적용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임금노동자 비율을 말한다.경총은 앞서 지난해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가 30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류 위원은 또 지난달 21일 1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을 근거로 요구한 ‘도급 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특고나 플랫폼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주로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다”며 “케이스별로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에 대해 별도로 정하려면 그에 대한 필요성이 먼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정 주체는 최임위가 아닌 고용노동부 장관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인정’은 필요성이 아닌 ‘시간급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배달라이더나 웹툰작가 등은 대부분 시간 당 임금이 아닌 맡겨진 일을 수행했을 경우에 그에 따른 보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고물가 고금리 내수부진으로 중기 내수 전망은 전년 대비 하락해 경기전망지수가 79.4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면서 “특히 인건비 인상에 따른 비용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환경 악화 주된 요인이 최저임금 인상이 64.8%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부 장관이 최임법에 따라 위원회에 구분적용 심의 요청하고 있고, 임금 지불 취약함 나타내는 지표상 구분적용 논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정작 구분적용 심의 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수년째 실질적 심의를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勞 “야당 22대 국회 1호 법안 ‘최임 차별 금지법’…저출생 고려해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두 번째 전원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적용’은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선 최저임금을 정책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어제 국회 본관 앞에서 양대노총 1000여명 조합원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의원들이 22대 1호 법안으로 최임 차별 금지 법안을 선포했다”면서 “사업 종류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 분류된 특고 플랫폼과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에 대한 최임 적용에 대해 현실적 대책 세우는 게 최임위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년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모든 역량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그 어젠다는 다른 게 아니라 최저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로 돼 있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대해 “가구 생계비로 기준으로 검토해야 하고, 그 결과로 생활이 안정돼야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서둘러 ‘수준’ 논의에 돌입하자고 촉구했다. 류 위원은 “법정시한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회의 일정 감안하면 업종별 차별적용 등 사회 갈등 야기하는 논의 주제 걷어내고 제도 취지 맞는 올바른 심의 이뤄지길 최임위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위해 최임 해결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고물가 시기 눈에 띄는 소득 배분 구조 개선 없다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두 번째 전원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 운영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공익위원 운영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공익위원 전원은 2025년 적용 최임 관련 심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 내용에 대해 집중 검토와 논의를 시작하겠다”면서 “심의의 원활한 촉진과 빠른 심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최임위에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 등 세 가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다. 법정 심의기한은 고용부 장관이 최임위에 심의를 요청한 날로부터 90일까지, 올해에는 6월27일까지 결론을 내야한다. 다만 작년에도 ‘구분적용’ 이슈가 불거지면서 임금 수준은 심의 기한인 6월29일을 한참 지난 7월19일에야 표결에 의해 결정됐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지난해 심의 당시 1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2.5%에 그치면서 1만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6.7% 많은 1만2500원가량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는 작년 심의와 마찬가지로 동결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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