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교수진도 집단휴진 불참…의협엔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하라”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아동·분만병원 등 의료계 일부에서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도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없다"며 불참할 뜻을 밝혔다.

대학병원들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위원장 홍승봉)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협의체는 "뇌전증은 치료 중단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없고 치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처방하기 어려우며 일반약국에서 대부분 (약물을) 구할 수도 없다"며 "항뇌전증약의 일정한 혈중 농도를 항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단 한번 약을 먹지 않아도 심각한 경련이 발생하여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의협 등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 "전공의 사직 후 115일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는 빨리 돌아오고 의사단체들은 과학적인 근거 수집과 분석으로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먼저 아픈 환자들을 살리고 전 세계 정보 수집, 전문가 토론회 및 과학적 분석을 통해 2026년 의대정원을 재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 국민의 공분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전 세계 의료인과 주민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협의 집단휴진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교수 단체가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개별 진료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병원마다 대형 병원에서 이송된 중증·입원 환자가 많다"라며 "아픈 아이들을 두고 현실적으로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오상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 역시 "의협 주장에 동의하지만 예정된 분만과 진료를 취소할 순 없다"며 18일 정상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병원에서 자리를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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