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와 전쟁 언제까지”…벌레 습격에 ‘민원 폭탄’

암수가 붙은채로 날아다녀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집안에 들어와 벽에 붙어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직업 특성상 밤에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밤에 움직이면 수십마리가 옷에 달라 붙어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벌레 붙었다고 주변인들에게 말해주는 게 일상이 됐다.”

강서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하주원(31) 씨의 말이다. 지난달 동양하루살이를 시작으로 6월 초부터 러브버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암수가 붙은채로 날아다녀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이제는 수도권 서북부를 넘어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관련된 민원 접수가 폭증하고 있고, 시민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윤영희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지난해 5600건으로 약 27% 증가했다. 2022년에는 은평·서대문·마포 등 3개 지역에 민원이 집중됐지만 지난해에는 종로·중구·양천·강서·구로·성북 등에서도 수백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올해는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빗발쳤고 경기도·인천·충청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러브버그는 26도 이상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파리과 곤충으로 알려졌다. 날씨가 더워지면 본격적으로 출몰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6월 중순 경기 부천에서 첫 관찰됐지만, 올해는 이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관찰되고 있다. 러브버그는 인체에 무해하고 유기물 분해, 꽃의 화분을 매개하는 등 익충으로 알려져 있으나 시민과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러브버그와 관련된 게시글이 늘고 있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하루간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러브버그’였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33)씨는 “사람한테 해를 끼치지 않는 벌레라고 알고 있는데, 생김새가 너무 징그럽다”라며 “벌레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를 보면 들어가려다가도 흠칫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1)씨는 “러브버그 때문에 카페 운영 시간을 줄였다”라며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손님도 안오고, 카페 운영하기도 힘든 정도다. 익충이라고는 하지만 방역을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라면서 한숨 쉬기도 했다.

북한산에 붙어있는 러브버그 발생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다만 지자체에서는 방역을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거 출몰 지역에 대해 방역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무작정 방역을 하는 겨우 생태계 교란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자치구 환경과 관계자는 “러브버그 민원이 정말 많이 들어와서 힘들다”라면서도 “러브버그는 시간이 지나면 활동력이 저하돼 서서히 자연 소멸하는 벌레다. 러브버그가 대량으로 발생한 후 2주만 지나면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한 보건소 관계자 역시 “러브버그 발생 근원지인 야산 쪽에 방역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벌레를 막을순 없다”라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발생하는 경우 보건소로 연락을 주면 방역 작업에 나서게 된다”라고 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감염병관리과는 러브버그 대처법으로 ▷방충망 보수 ▷야외 활동 시 어두운색 옷 입기 ▷끈끈이 트랩 활용 등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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