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초밥도 저품질로” ‘37년만에’ 최저 엔화에 일본 서민 울상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식 술집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최근 일본 회전초밥 가게에서 연어가 저품질 생선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슈퍼 엔저’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노르웨이산 연어가 3년 만에 40% 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소고기 덮밥(규동)도 가격 압박이 심해졌다. 주요 재료인 미국산 소고기가 1년 사이 약 30% 상승했다. 가격이 높아지자 일본 내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올해 1월~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소지쓰 식료축산사업본부의 코아나 유타카 본부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다른 나라가 (물건을) 가져가 버린다”고 하소연했다.

28일 닛케이에 따르면 38년 만에 달러-엔 환율이 160엔대 후반을 찍는 등 엔저 현상이 길어지면서 최근 각종 수입 비용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상품 구매력이 하락하면서 쇠고기 등 수입 식료품을 조달 못하는 일도 잦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2020년=100)은 지난달 기준 68.65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995년 일본 경제가 호황이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엔화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일본 가계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 연구원 조사결과, 달러당 엔화가 160엔대를 유지할 경우 1가구당 평균 9만엔(약 87만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물가 대책을 전제로 한 조사라 실제 일본 시민들의 부담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는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이 늘어도 엔저 현상때문에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며 “고령 인구도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 개인 소비는 지난해 2분기(4월~6월) 이후 정체된 상황이다.

해외에서 식재료를 조달하는 식품 기업이나 자영업자 상황은 더 좋지 않다. 햄 원료로 사용하는 스페인산 냉동돼지고기는 1년 사이 40% 올라 사실상 수입이 어려워졌다. 햄 가공 업자는 “이대로라면 햄 재고가 사라질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포도 수입도 칠레산 포도를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조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닛케이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희소성이 높은 고급 생선뿐 아니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기 요금 보조금 등 고물가 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닛케이는 “이러한 대책은 일시적일 뿐 엔저로 인한 물가 상승을 해결할 순 없다”며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국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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