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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명품시장에서 ‘큰 손’ 대접을 받던 중국 청년들 사이에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보복 저축’이 유행하고 있다. 경제 위기의 부담이 청년들에게 집중되고 미래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다.
1일(현지시간) CNBC는 2010년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돈을 빌려 명품 핸드백이나 아이폰과 같은 고급 아이템을 구매했던 중국 청년층이 저축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가계의 총 위안화 예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해 1조4554억위안(약 276조6861억원)에 달했다.
[SNS 캡처] |
중국 청년층 사이에선 소셜미디어(SNS)에 ‘보복저축’이라는 태그를 달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돈을 아껴 쓰고 소비를 줄이는지 촬영해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6세의 한 여성은 “월 지출을 300위안으로 제한하겠다”며 집에 직접 기른 식재료와 토마토와 오이, 가지와 닭가슴살 등 제한적인 재료로 하루 세끼를 9.5위안에 모두 해결하는 모습을 SNS에 찍어 올리기도 했다.
‘저축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저축과 절약 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서로 감시와 격려를 해주는 동호회도 성행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돈을 아끼는 방법으로 동네 매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이 추천되는데 이런 매점 식당은 그동안 노년층에게 저렴한 가격에 비교적 신선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식당에서는 기본 식사를 시내 일반 식당보다 훨씬 저렴한 20위안 가량에 제공한다.
이른바 ‘역소비’와 ‘인색한 경제’라는 유행어도 퍼지고 있다. ‘역소비’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보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하고 ‘인색한 경제’는 쇼핑할 때 공동구매나 할인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의 DBS 은행은 “중국 청년층은 소위 ‘도파민 경제’라는 이름으로 즉각적인 만족과 행복을 찾아 소비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역소비’를 통해 검소하고 신중한 지출 습관을 들이고 있다”면서 “이는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애용하며 재정적 부담을 뒤로 미루고 소비에 탐닉하는 미국 등 서구 청년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7~2012년 태어난 미국의 Z 세대의 73%는 저축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줄이느니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 소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소비에 익숙했던 중국 청년층이 저축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경제 둔화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국제 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 성장률이 4.5%로 시진핑 정부의 목표치인 5%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5월 14.2%로 집계돼 전국 평균인 5%를 훨씬 윗돌았다. 리서치 업체 마이COS리서치가 집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대학 졸업생의 월평균 급여는 6050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1% 오르는데 그쳤다.
뉴욕대학교 상하이 캠퍼스의 지아 먀오 교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소득을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청년층은 씀씀이를 아끼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