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급발진”·목격자 “급발진 아냐”… 평범한 일상 퇴근길이 ‘아수라장’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박지영 기자] 지난 1일 오후 9시30분께 시청역에서 난 사고로 사망한 9명은 모두 30~50대 평범한 남성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말을 마치고 평범한 월요일 저녁 귀가길을 서두르던 이들의 일상은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 시청역 앞은 무서운 속도로 인도로 돌진한 가해 차량에 부딪쳐 현장에서 사망한 이들의 시신으로 넘쳤다. 사고 현장 도로위에선 생명이 남은 시민들을 구하기 위한 119 구급대원들의 심폐소생술(CPR)이 이어졌으나, 대부분 병원 이송 과정에서 사망 판정 받았다.

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1일 오후 9시 27분께 발생했다.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 호텔 방향에서 진회색 제네시스 차량이 굉음을 내면서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했다. 이 차량은 인도를 덮치기 전 도로에 있던 BMW 차량과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잇따라 추돌했으며, 이후 인도 방향으로 돌진했다. 보행 도로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으나 무서운 속도로 돌진한 차량을 막기엔 부족했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가해 차량이 거의 날 듯이 인도를 덮치는 장면이 찍혔다.

사고 직후 현장은 차량에 부딪쳐 파손된 가드레일과 함께 부서진 오토바이, 다친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고속으로 주행하던 차량에 부딪친 사람은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고, 일부 생명이 남아있던 피해자들은 119구급대원에 의해 도로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차량의 속도가 매우 빨랐던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교통사고와는 양상이 많이 달랐던 셈이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모두 남성으로 이 가운데 사망한 인원은 9명, 부상자는 4명이다. 가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와 차량에 동승했던 여성을 포함한 숫자다. 사망한 9명의 연령대는 20대 1명, 30대가 3명, 40대 1명, 50대 4명 등이다. CCTV 화면상으론 대부분 피해자들은 휴대폰을 보면서 인도 위를 걷는 등 평범한 일과를 정리하거나 귀가길 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들은 국립중앙의료원, 적십자병원, 서울대 병원 등에 분산 수용됐다. 사망판정을 받은 인사들은 영등포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버스 기사로 알려졌다. 이 60대 남성은 사고 직후 주변에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돌진하던 차량에서 굉음이 났고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이 이뤄진 점 등은 차량의 상태가 비정상적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차량은 인도위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보행자들을 들이받았고,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시청역 12번 출구 근처에서야 간신히 멈춰섰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급발진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1일 밤 헤럴드경제 기자와 만난 목격자는 “사고를 현장에서 봤는데 급발진은 아니다. 일방통행길에서 반대길로 나왔는데 급발진은 끝이 날때까지 가서 뭔가에 부딪쳐야 멈추는데 이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멈췄다”며 “무엇인가에 박고서 멈춘 것이 아니라”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목격자는 “(가해 차량의) 조수석에 여성분이 동행했었다. 나이는 60~70대 사이였다. 그 분(조수석)은 사람 살리는 것엔 관심 없고 운전자만 챙기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운전자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운전자 A씨는 통증을 호소해 일단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인 60대 여성도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2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사고 브리핑을 실시한다.

2일 오전 전날 시청역 교차로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숨진 피해자들이 이송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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