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선거의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가릴 중도·개혁 진영의 마수드 페제시키안(70) 마즐리스(의회) 의원(왼쪽)과 강경 보수파인 사이드 잘릴리(59) 전 외무차관.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란 대통령 선거의 결선투표가 5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지난 5월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급사하면서 예기치 않게 성사된 선거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지며 위태로워진 중동 정세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을 이끄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새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란 선거당국에 따르면 이날 투표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오후 6시 종료 예정이지만 유권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정 전후까지 투표 시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어 득표율 순으로 2명이 이날 결선에 진출했다. 이란 대선이 결선에서 당선자가 가려지는 건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결선에서 맞붙는 후보는 중도·개혁 진영의 마수드 페제시키안(70) 마즐리스(의회) 의원과 강경 보수파인 사이드 잘릴리(59) 전 외무차관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일한 개혁파 후보인 페제시키안은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득표율 44.4%)에 오른 이변의 주인공이다. 심장외과의 출신인 패제시키안은 2001∼2005년 온건 성향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아래에서 보건장관을 지냈다. 대선 전까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결선에서 당선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파기 후 심화한 경제 제재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서방과 관계를 개선하고 대표적인 통제 정책인 히잡 단속을 완화한다는 공약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잘릴리는 1차 투표에서 40.4%로 2위를 기록해 결선 후보가 됐다. 이란 권력서열 1위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이자 ‘충성파’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2005년 대서방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부에서 유럽·미국 담당 외무차관으로 발탁됐고,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로 서방과 대치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결선 진출 직후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인터넷 속도를 50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실용적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결선 투표의 승부는 지지층 결집 여부에 달렸다.
페제시키안으로선 예상 밖 1위로 모인 관심을 동력으로 정치에 실망해 1차 투표에 기권한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를 투표장에 나오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잘릴리는 1차 투표에서 후보 3명으로 분산된 보수 표심을 결집해야 한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의 표(14.4%)가 어느 후보로 가느냐가 당선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선 투표율도 관심이다.
1차 투표율은 39.9%로 이란 역대 대선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정권에 대한 불만이 기권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 3일 “대선 1차 투표율이 기대에 못 미쳤고 예측과 다르게 나왔다”며 “결선 투표의 투표율은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중추이자 이슬람 통치 체제에 대한 자긍심의 원천”이라고 참여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