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밴앤델 아레나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는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상원의원과의 첫 합동 행사이자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이후 처음이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최근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여러 차례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북한이 “조미(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미(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개인적 친분’이 있음을 굳이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해 미국의 정책 변화가 없이는 북한의 대미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협상안을 제시했다 거절당한 기억을 상기한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카드로 한 비핵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이 더 큰 요구를 하면서 협상을 무산시킨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탑다운 방식의 외교를 단념하고 핵무력 고도화에 주력한다.
지난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은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8차 당대회는 하노이 노딜의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미 정책을 제시하는 대회로 주목받았었다.
김정은은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이런 메시지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호응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를 위해 총력에 나선다.
결국 조선중앙통신의 이번 논평은 트럼트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이 아닌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의 변화가 없이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통신은 담화에서 “미국은 조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성근히 고민해보고 앞으로 우리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는 문제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여 트럼프 집권 2기에 대한 기대감은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