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0대 ‘남자 인어’도 출전 안했다…아티스틱 스위밍 ‘남성 제로’

한때 금남(禁男) 종목이던 아티스틱스위밍 올림픽서 처음 男 선수 허용…실제 출전 0명

빌 메이(오른쪽)가 2017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혼성 듀엣 연기를 펼치는 모습.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정주원 수습기자] 벽을 낮췄지만 넘진 못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수중 발레’ 아티스틱 스위밍에 출전한 남자 선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목 채택 이후 40년 만에 남자 선수의 출전이 허용됐지만 어떤 국가도 단체전에 남자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2년 12월 올림픽 수영 아티스틱 스위밍의 남자 선수 출전을 허용했다. 올림픽을 성평등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아티스틱스위밍 단체전에 참가하는 10개국 선수 중 남자 선수는 ‘0명’이다.

아티스틱스위밍은 2017년까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으로 불렸다. 20세기 초반 유리로 된 수조 안에서 남성들이 헤엄치며 연기한 형태에서 유래했다. 이후 음악과 기술이 도입되며 스포츠로 인정받았다.

유래와 달리 아티스틱스위밍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40년간 여성 선수만 참가할 수 있었다. CNN은 “남성보다 가볍고 유연하며 ‘레그 익스텐션’이 쉬운 신체적 특성을 가지진 여성들이 더 경쟁력 있다”며 그 이유를 소개했다.

하지만 2015년 카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남녀 혼성 2인조 경기가 신설됐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8명이 출전하는 팀 종목에 최대 2명의 남자 선수 출전이 가능해지며 금남(禁男)의 벽은 낮춰졌다.

2023년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아티스틱스위밍 단체전 미국팀의 경기 모습.[게티이미지닷컴]

하지만 종목 사상 첫 남자 올림피언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당초 단체전 선발이 유력해 보였던 미국 아티스틱스위밍 선수 빌 메이(45)가 탈락하면서다.

메이는 지난해 7월 세계선수권대회 팀 아크로바틱 루틴 결선에 출전에 미국팀의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며 ‘남자 인어’로 불렸다.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파리 올림픽 출전의 꿈을 버리지 않았지만 결국 미국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른 참가국에서도 남자 선수들이 여성 선수들과 함께 경쟁했지만 결국 대표로 선발된 선수는 없다. 국내에선 인기 가수 변진섭의 아들인 변재준이 ‘한국 1호’ 남자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수영연맹은 “스포츠 역사에 획기적인 순간이 오길 바랐는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았지만 몇몇 국가의 용감한 선택을 기대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2024 파리 올림픽은 개회 전부터 ‘완전한 성평등 올림픽’를 전면에 내세웠다. 32개 정식 종목 가운데 28개 종목에서 남녀 출전 선수 비율을 맞추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남녀 선수 각각 5250명이 참가하며 완벽한 수적 균형을 달성했다.

파리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 경기는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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