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건너온 ‘탁구 보물’ 이은혜·전지희…막내 신유빈과 동메달 합작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승리한 한국의 (왼쪽부터) 신유빈, 이은혜, 전지희가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올림픽 탁구 대표팀의 ‘귀화 듀오’ 이은혜(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는 한국 탁구의 희망 신유빈(대한항공)과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어내며 독일을 물리치며 귀중한 동메달을 수확했다.

맏언니 전지희는 2011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1복식 경기에서 전지희는 막내 신유빈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독일팀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3단식에 나서서는 산샤오나를 제치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전지희는 귀화 첫해에 대한탁구협회 신인상을 받는 등 줄곧 국내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으나,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2022년부턴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심해지며 신체적, 심리적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2021년 대표팀에 합류한 신유빈은 전지희에게 긍정적인 자극이자 단짝이 됐다.

전지희-신유빈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탁구가 21년 만에 수확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자신감을 얻은 전지희는 이번 파리 대회를 올림픽 ‘라스트 댄스’로 생각하며 치열하게 준비했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인 이은혜 역시 2011년 귀화했으나 국내 무대에서 당장 두각을 보이진 않았다. 국내 실업대회 우승은 2016년에야 경험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여자 탁구 대표팀(앞부터)와 신유빈,이은혜, 전지희가 경기장을 떠나며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응원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양영자 감독(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의 눈에 들어 귀화 권유를 받았다. 어린 나이 한국에 건너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꾸준히 탁구에 몰입하며 적응해 나갔다. 이은혜는 부족한 재능을 엄청난 훈련량으로 메우며 성장했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인 이은혜는 유럽 선수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파워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췄다. 이날 단식에서 독일의 18세 신예 아네트 카우프만을 상대로 자신의 강점을 살리며 귀중한 1승을 가져왔다.

전지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와서 만난 모든 사람들한테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팀 옮기고서 나를 이끌어준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복식과 단체전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유빈이한테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포기 안 하고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던 나 자신한테도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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