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한지아 의원.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침묵이 잦아지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논란 등 용산 대통령실과 미묘한 의견 차를 보이는 사안에 대해 한 대표는 직접 발언을 자제하는 한편 주변인을 통한 ‘전언’ 형태 메시지를 내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청년 정책 등으로 이슈를 환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는데 당내에서는 “회피보다 정면돌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SBS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 복권과 관련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한 대표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에 있어서 이것이 잘 행사될 수 있도록 여당에서는 대통령께 이런저런 건의를 할 수 있고 여당 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결정 전에는 이런저런 건의를 하거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알려진 것과 같아 (복권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지 한 시간 만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입장을 낸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존중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김 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뉴라이트’ 사관 논쟁에 대해서도 한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대표는 전날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입장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큰 경축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입장을 밝혔다. 신 부총장은 7.23 전당대회 때 한동훈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은 대표적 친한계 인물이다. 신 부총장은 전날 SNS에 “역사는 두 동강 8.15의 책임 소재를 반드시 규명할 것”이라며 “지난해 8.15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어 경축식이 파행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적었다. 신 부총장은 “8.15를 건국절로 만들려는 정부의 시도는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건국절 제정을 문제 삼아 경축식 불참을 선언할 수 있느냐”며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도가 크고 민감한 사안인데 ‘한동훈’이라는 스피커가 가진 파급력이 엄청나지 않냐”며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친한계 의원은 “당정갈등으로 이어질 만한 사안을 조기 마무리하고 이제 민생으로 나아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다음주에 금투세 폐지 반대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한 대표가 제안한 토론회에 민주당 지도부가 응하지 않자 자체적으로 ‘이슈 파이팅’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국민 눈높이’는 한 대표가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단어다. 한 대표는 당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거론했고 전당대회 때는 채상병특검법 대안으로 ‘제3자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며 들고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한 대표는 취임 후 제3자 특검법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용산 대통령실과 메시지 수위를 맞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당대표로서 내야 할 입장조차 내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한동훈’이라는 스피커가 가진 파급력을 이럴 때 써야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뉴라이트’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한 대표는 ‘인사권’의 영역으로만 보고 있지 않냐. 그럼 왜 윤석열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서는 반대한 것이냐. 국민 눈높이를 취사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금투세 폐지에 협조하지 않으면 설득해야 하는데 우리당끼리만이라도 토론하겠다는 것이 정답이냐”며 “결국 금투세 폐지는 여야가 합의하고 원내에서 다뤄야 할 문제인데 원내와 충분한 협조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