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상훈(첫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의원실 주최로 열린 ‘22대 국회 연금개혁,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박수영 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연금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재개됐다. 이르면 이달 말 예상되는 대통령실의 정부안 발표를 앞두고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여당은 자체 토론회를 열고 국회 차원의 상설 특별위원회 구성을 압박한 반면, 야당은 정부의 진정성을 겨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상훈 의원실 주최로 열린 ‘22대 국회 연금개혁,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뛰어넘은 국민·기초·퇴직연금을 아우르는 ‘공적연금 구조개혁’ 필요성을 촉구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단순히 보험료율 몇 퍼센트(%), 소득대체율 몇 %를 할지 넘어 구조적으로 안정되고, 노후소득 보장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분들에게 연금을 좀 더 지급할 수 있는 구조, 미래세대가 안심하고 연금을 기대해도 좋을 만한 구조의 정착을 위해 많은 분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노후소득보장 ▷지속가능한 재정 ▷노인빈곤을 연금개혁의 3대 목표로 밝혔다. 이어 “(기금 고갈 시점 연장이) 9년 아닌 70년은 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기초·국민·퇴직연금까지 아울러서 봐야 한다는 시각으로 준비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차원의 상설특위 구성 요구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 초대 사회수석비서관을 맡아 연금개혁을 포함한 3대 개혁을 지휘했던 안 의원은 이날 연금개혁을 “고통분담의 개혁”이라고 표현하며 “정쟁화할 게 아니고, 함께 미래세대까지 소중한 연금제도라는 노후소득보장제를 지속할 방안과 지혜를 모으고,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여야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 개혁 지연과 관련해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서영석·이수진·서미화·남인순·강선우·김남희 의원. [연합] |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 여야 합의가 불발된 것을 지적하며 정부·여당의 개혁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 5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시작으로 여야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의 모수개혁안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정쟁과 국민의힘의 구조개혁 요구로 합의가 무산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과 남인순·서미화·이수진·서영석·김남희 민주당 의원들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 자체가 중단된 책임은 분명히 정부·여당에 있다”며 “이제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 책임을 야당에게 넘기려는 뻔뻔한 행태는 역시 양두구육 윤석열 정권답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9월 초 내놓겠다는 ‘뒷북’ 연금개혁안에 국가 책임 강화방안과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반드시 담겨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정부안 발표 이후 여야의 신경전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에는 구조개혁 필요성과 함께 미래세대를 위한 ‘세대별 보험료 인상 차등’, ‘자동 재정안정화 장치’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모수개혁만 이뤄질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을 잠시 뒤로 미루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개혁을 하겠다고 해 놓고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라며 “구조개혁까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당정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복지위원들은 앞서 알려진 정부안 내용과 관련해 “21대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결과로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의 뜻이 확인됐는데도 이와 반대로 연금을 깎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당 특위 차원의 안을 추가로 내놓기보다, 정부안 발표 이후 여야 논의체 구성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복지위 소위에서 연금개혁을 논의하자는 앞선 입장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 놨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논의를 꾸려야 할지는 정부안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안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