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자동차 필수품인 시대 끝났다

최한승
최한승

얼마 전 대학에 막 진학한 지인의 아들을 우연히 만났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인데도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에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학교 가려고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차는 어디 두고?”라고 물었더니 멋쩍게 웃더니 “차 안 샀죠, 비싸니까요”라며 “캠퍼스 안에서도 가능하면 걷고 시간이 촉박하면 킥보드로 이동하면 돼요”라고 말했다.

지인의 집이 큰 부자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중고차라면 충분히 사 줄 여유가 됐을텐데 스스로 알아서 면허만 취득한 후 자가운전은 포기했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교통으로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있는 학교에 진학한 것도 차를 사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차가 없으니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데이트라도 하면 그렇겠지만 비싼 차 값을 (부모에게) 손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로 메우기도 그렇고 거기에 보험료와 유지비도 비싸잖아요. 나중에 학자금 대출도 상환해야 하는데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해 빚을 줄이는 게 좋아요”라고 했다.참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최근 신세대들은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차를 사는 것도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면허취득과 차량 구입이 성인으로의 성장과 동시에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 세월이 지나다 보니 날로 높아진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운전면허 소지자 중 19세 비율은 1983년 87.3%에서 2022년 68.7%로 크게 떨어졌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지난 수년간 새 차는 물론 중고차 값, 타이어, 개스비 모두 급등했다. 미국의 신차 평균 가격은 2019년 이후 32.2% 올라 지난 7월 기준 4만4604달러다. 또 여기에 보험료는 전 연령 중 가장 비싸고 인상폭도 18~24세 미국 운전자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새 보험료가 300달러 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돈이 부족하니 면허도 따지 않고 신차 및 중고차를 구매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생)의 점유율도 2년 동안 0.1%줄었다. 감소폭만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 연령층에서 차량 판매가 줄어든 사례가 극히 드물며 이 경우 나이가 들어도 차를 사는 비중은 크게 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이에 더해 이제는 일상화된 차량 공유 서비스나 차량 임대 서비스 그리고 각 지방 정부의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도 신세대들의 차량 구매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에 따르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자기 차량 없이도 충분히 일상 생활이 가능하며 LA나 시카고 휴스턴 등도 차량 구매 비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생필품이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는 모양이다.

취재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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