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보다 경영진 위협이 효과” 메타에 이어 텔레그램까지 ‘CEO 책임론’

텔레그램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기소되면서 플랫폼 경영진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세계 각국 정부와 사법·규제 당국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경영진 개인에게 직접적 책임을 물을 시점을 저울질해 왔다.

미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은 이른바 ‘통신품위법’(CDA) 230조의 면책 조항을 내세워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올린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피해 왔다.

설령 문제가 생겨 회사가 벌금을 물더라도 경영진이 민형사상 책임을 진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하지만 사이버 폭력 등 소셜미디어의 폐해가 커지면서 ‘아동 안전’ 등 특정 분야에 한해서는 IT 기업 경영진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가 갈수록 용이해지고 있다고 아일랜드 더블린대의 T.J. 매킨타이어 교수는 말했다.

예컨대 영국은 플랫폼에 아동 안전을 위협하는 콘텐츠가 게재된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경영진 개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안전법’을 지난해 제정했다.

미국 IT 기업들이 금과옥조처럼 강조해 온 CDA 230조도 아동 성학대를 비롯한 일부 불법적인 콘텐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프랑스 검찰이 두로프에게 적용한 혐의에도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소지·유포하는 등의 범죄를 공모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브루스 데이즐리 전 트위터 유럽·중동·아프리카 담당 부사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기고문에서 플랫폼 상에서의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IT 기업들을 움직이려면 이처럼 경영진 개개인을 직접 겨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 제재 위협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벌금 위험보다 경영진에게는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는 아동 성학대와 인신매매 등을 조장하는 콘텐츠와 관련해 미국 뉴멕시코주 검찰이 제기한 소송에서 마크 저커버그 CEO를 피고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로프의 사례는 예외적인 측면이 크다면서 대다수의 플랫폼 기업 경영진은 여전히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반정부 시위자들의 정보를 정부에 넘기는 것을 거부한 뒤 러시아를 떠난 두로프는 온라인에서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정부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프랑스 사법당국의 조사에도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메타나 구글 등 여타 대형 플랫폼은 정부 방침에 대체로 협조하며 불법적 콘텐츠를 걸러내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점에서 관련 범죄로 경영진 개인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고 대프니 켈러 스탠퍼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짚었다.

켈러 교수는 “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이건 면책이 적용되지 않는 계기가 된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경영진이 플랫폼 상에서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걸 미국 검찰이나 사법당국이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로프와 비슷하게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검열에 반대해 온 머스크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뉴욕 세인트존스 법학전문대학원의 케이트 클로니츠크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내가 도박을 하는 사람이라면 머스크가 법치주의를 거부하고 모욕한 죄로 언젠가 어느 나라에서 재판을 받거나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머스크가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그 자신도 그럴 가능성을 떠올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로프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직후 머스크가 엑스에 “2030년 유럽에서 당신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처형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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