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만 ‘美피벗 호재’ 나홀로 마이너스

한국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또 다시 글로벌 금융투자시장에서 소외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약(弱) 달러화·강(强) 원화 현상이 대(對)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대형주의 펀더멘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화 절상 속도가 주요 20개국(G20) 통화 중 가장 빠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향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韓 증시, 사실상 나 홀로 ‘마이너스’…원高, 韓 수출주에 직격탄 우려=29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 인베스팅닷컴을 통해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미 잭슨홀 회의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이 글로벌 주요 선진국(DM), 신흥국(EM) 증시 주요 지수의 향방에 미친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총 17개국, 21개 주가 지수 중 지난 22일 종가 대비 27일 종가까지 낙폭이 가장 컸던 지수는 1.10%나 하락한 한국의 코스닥 지수다. 한국 코스피 지수의 등락률도 -0.68%로 꼴찌에서 두 번째에 그쳤다.

국내 증권가에선 한국 증시만 피벗에 따른 호재에서 소외되는 현실의 주요 요인으로 빠른 원화 가치 절상 속도를 꼽는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7월 26일~8월 26일) G20 국가에서 사용 중인 통화의 미 달러화 대비 절상률에서 원화는 +4.27%로 인도네시아 루피아(+6.56%), 일본 엔(+6.36%)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주요 수출 기업들의 실적 전망까지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관련 매출 확대에 집중 중인 반도체주와 미국 완성차 판매량 호조를 통해 본격적인 대당 순이익 확장세에 들어선 자동차주를 비롯해 조선, 전력·인프라주 등의 올해 3·4분기 예상 실적은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경기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실적 모멘텀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연내 1달러=1200원대, 美 연준 ‘빅컷’에 달렸다=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대내외적인 딜레마에 갇혀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급등세 등으로 인한 금융불안 리스크 탓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임을 시사했고, 이는 미 연준의 9월 피벗 이후에도 국내 금리 수준은 한국은행 차기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된 10월까지 유지될 수밖에 없음을 예견하는 것”이라며 “한미 금리정책의 단기적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대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9월에 미 고용지표가 안정되고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기대감이 커진다면 연내 환율이 12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의 점진적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다음 달 중 일시적인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9월 원달러 환율은 1320~1370원으로 예상한다”면서 “최근 환율이 급락했으나 수출 업체의 추격 매도와 패닉셀이 부재한 만큼 수급적으로 실수요 저가매수가 우위를 보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 덕분에 올가을 코스피·코스닥 주도주가 바이오 섹터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전날 코스닥 시장에선 알테오젠이 에코프로비엠을 제치고 시총 1위에 등극했고, 코스피 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장중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에 등극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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