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정미조가 4년만에 발표한 새 앨범을 기념하는 공연을 오는 10월 8일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LG아트센터에서 연다.
올해 7월 발표한 정규 앨범 ‘75’는 지난 2016년 가요계 복귀 이후 4번째 작품이다. 손태진, 유채훈, 김민석(멜로망스), 존박, 이효리, 하림, 강승원 등 내로라하는 후배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앨범은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절찬을 받았다.
한 평론가는 “가요계 컴백 이후 정미조가 대중과 평단의 환호를 얻어가는 역사는 놀랍다”고 했다. 정미조는 왕년의 명성에 갇힌 뮤지션이 아니라,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적 길을 찾아가는 현재진행형의 전설이다. 공연이 열리는 LG아트센터는 정미조가 지난 2016년 역사적 컴백 공연을 했던 곳이라 한층 의미가 크다.
-깊고 유려한 목소리… 품격 높은 어른의 이야기
올해 일흔다섯의 나이가 된 정미조의 목소리는 젊은 시절보다 훨씬 깊고 유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론가들은 “인간의 시간에 대해 숙고하게 만드는 목소리” “수없이 많은 사연과 시간이 담긴 목소리” 등의 찬사를 보냈다.
정미조는 가요계 복귀 이후 트렌드와 대중적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품격 높은 어른의 이야기를 줄곧 선보여왔다. 그의 노래들은 삶의 오래된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근본을 깊이 들여다본 새로운 이야기다. 젊은 세대들까지 정미조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이유다. 음악평론가 김학선은 “정미조의 음악은 그동안 한국에 없던 어른의 음악이며,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토를 확장해왔다”고 말했다.
2016년 선보인 정미조의 컴백 앨범 ‘37년’은 일찌감치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 명반으로 회자되어 왔으며, 최근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선정한 2000년대 100대 명반에 오르기도 했다.
-정미조의 모든 것 보여줄 무대… 존박, 김민석(멜로망스) 게스트
이번 공연엔 앨범 프로듀서이자 재즈 색소포니스트인 손성제와 한국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를 비롯해, 김현규(베이스) 김형균(드럼) 등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또 ‘37년’과 후속 앨범들에서 환상적 기타 연주를 보여준 박윤우도 연주자로 참여하며, 풍성하고 화려한 사운드를 위해 10인조 스트링팀도 함께 한다.
특히 앨범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존박과 김민석(멜로망스)이 게스트로 출연해 무대를 한층 빛낼 예정이다. 정미조와 후배 뮤지션들이 처음으로 무대에서 만나, 어떤 음악적 대화를 펼칠 지 기대가 크다.
이번 공연에선 새 앨범 수록곡과 함께, 정미조의 70년대 전성기 시절과 컴백 이후 음악세계를 결산하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등 정미조를 대표하는 히트곡과 ‘귀로’ ‘7번국도’ ‘어른’ 등 새롭게 인기를 얻은 곡, 그리고 ‘Les feuilles mortes’ ‘Ne me quitte pas’등 프랑스 유학 시절 즐겨 부르던 샹송까지, 정미조의 모든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MZ세대에게도 인기… 세대공감형 뮤지션
정미조는 많은 후배 가수들이 존경하는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다. 이번 새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후배들도 평소 정미조의 음악을 좋아해, 제안을 받자마자 주저없이 승락했다.
또 정미조는 일흔다섯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음악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드문 세대공감형 뮤지션이다. 지난해 리메이크했던 ‘어른’(드라마 ‘나의 아저씨’ 주제곡)과 컴백 앨범 수록곡 ‘7번국도’는 MZ세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쇼츠 영상이 SNS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미조는 한국 가요사에 불멸(不滅)로 남은 ‘개여울’의 주인공이자, 1970년대 최고의 디바다. 인기 절정이던 1979년 돌연 가요계를 은퇴하고 자신의 예술적 꿈을 좇아 파리로 미술 유학을 떠났다. 이후 미디어와 제작자들의 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다시는 음악계로 돌아오지 않고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2016년, 새 앨범을 깜짝 발표하며 극적으로 가요계로 돌아왔다. 컴백 앨범엔 신곡 11곡을 포함해 모두 13곡을 실었으며, 기존의 가요와는 달리 월드뮤직과 재즈의 어법을 적극 수용해 음악적 도전과 변화를 담았다.
정미조는 컴백 이후 지금까지 모두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며, 이 앨범들을 통해, 품격 있는 어른의 음악을 보여주며 한국 대중음악씬에서 새로운 영토를 확장해왔다.
정미조는 1972년 데뷔하자마자 ‘개여울’과 ‘그리운 생각’이 동시에 히트하면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이지적 이미지와 기품 넘치는 목소리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사랑의 계절’ 등 주옥 같은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내며 은퇴할 때까지 7년간을 완벽하게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데뷔 첫해 KBS TV 신인무대에서 8주 연속 우승했고, MBC와 TBC TV 신인가수상을 휩쓸며 3대방송을 모두 석권했다. 이후 MBC TV 10대 가수상을 2차례 수상했다. 은퇴를 한해 앞둔 1978년 야마하 동경 국제가요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최우수 가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