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소 군인 휴직 시키고 고지 안 한 軍…법원 “임금 2500만원 지급”

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재판 중인 현직군인을 직권으로 휴직 처리한 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휴직 자체를 무효로 처리하고 미지급한 임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최근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군이 A씨에게 임금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군인이었던 A씨는 2017년 3월 보복협박, 강요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 이르러 강요미수에 대해서만 벌금 300만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군 참모총장은 A씨가 기소된 직후인 2017년 4월 기소휴직 처분을 내렸고, 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2018년 7월 복직을 명령했다.

기소휴직이란 재판에 넘겨진 것을 이유로 휴직 처분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2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의 요청에 따라 휴직을 명할 수 있다.

A씨는 휴직 처분이 무효라며 휴직 처리된 약 1년 동안 받지 못한 임금 650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군이 휴직 처분을 한 이후 이를 A씨에게 적절하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에게 휴직 사실을 제대로 송달하지 않아 처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송달이란 행정처분의 내용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을 뜻한다. 우편, 교부 또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송달하되 당사자의 주소지, 거주지 등으로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손 판사는 “군 참모총장이 처분을 A씨에게 문서 형태로 교부하거나 주소지로 송달했음을 입증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는 현재까지 사건 처분이 고지되었는지 여부조차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은 휴직 처분이 국방인사정보체계에 입력되었을 것이고, A씨가 이를 조회할 수 있어 적법하게 송달됐다고 주장했다. 전자 인사시스템을 통해 A씨가 휴직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휴직 효력도 발생했다는 취지다.

손 판사는 “국방인사정보체계는 관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기록을 전자적으로 관리하고 당사자에게 열람권한을 주는 시스템일뿐”이라며 “인사명령이 당사자의 전자우편주소 등으로 개별 통지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인사명령 입력이 송달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임금 지급을 명령하되 소멸시효(3년)가 완료된 일부 임금채권은 제외했다.

다만 군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손 판사는 “A씨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서 내려진 처분의 근거법령은 적법하다”며 “A씨를 군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고의로 명목상 기소휴직 사유를 만들었다는 등 위법하게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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