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에 해묵은 ‘차이나 머니’ 논란…中은 무조건 기술·국부 유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 무함마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던 지난 5월.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를 대표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은 서울 모처의 호텔을 찾았다. 무함마드 대통령과 세계 10위권 국부펀드 UAE 무바달라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무바달라는 MBK파트너스 바이아웃6호펀드의 출자자로도 알려져 있다.

당시 만남은 촉박한 일정으로 성사됐다. 한국을 찾은 글로벌 ‘큰 손’이 국내 대형 운용사(GP) 미팅을 희망했고, 이에 여러 GP가 화답하면서 1시간 내외의 간결하지만 강렬한 만남이 이뤄졌다.

이처럼 운용사와 출자자가 국경을 넘나드는 장면은 예삿일이 됐다. 기관으로서는 다양한 국가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려는 유인이 있을 뿐더러, 투자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보유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잔뼈가 굵은 운용사에 출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국내 무대는 좁다. 펀드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출자자의 한정된 자금에만 기댈 수 없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 IMM PE 등 국내외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PEF 또한 각국 투자자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토대로 다양한 기관출자자(LP) 명단을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펀드에는 ‘오일 머니’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 자금 이외에도 각국 연기금이 다수 출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캘퍼스, 캐나다 연기금(CPPIB), 싱가포르 테마섹 등도 바이아웃6호펀드에 출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때아닌 중국계 자본 논란이 일어 투자업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6일 배포한 성명에서 “영풍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울산 울주군을 지역구로 둔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또한 가세했다. 서 의원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매각을 특히 경계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지역사회와 정치권 일각의 우려는 해외로의 기술·국부유출 가능성 우려로 좁혀졌다. 투자 이후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투자금회수(엑시트)를 꾀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자의 고려아연 지분매각이 예정됐고, 중국 자금이 연관되어 있으니 특히 중국 등 해외로 경영권 매각이 우려된다는 논리다. 여기에 중국만은 안된다는 반중정서도 사태 확산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PE의 경우 해외 LP 네트워킹을 전담하는 파트너 혹은 대표이사가 존재할 정도로 해외 기관과의 관계형성을 국내 못지않게 중요시한다”며 “규모가 큰 운용사일수록 여러 국가의 자금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중국만을 강조하는 것은 의도성이 다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또한 진화 작업에 나섰다. 운용사는 지난 19일 개최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해당 펀드의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라고 밝혔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어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해외 기업에 팔지 않고 국내 기업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과의 특별관계가 해소된 최윤범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에 대항한 주식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뭉칫돈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태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도 찾았다. 추석 연휴 기간 최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외국 기업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근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개서한을 통해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알렸다. 지난 20일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만8000원(3.96%) 오른 7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분매입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공개매수가 상향 조정 가능성에도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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