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누적 車 생산 1억대 달성…57년 ‘뚝심 경영’으로 금자탑 세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2공장에서 열린 2024년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가 누적 차량 생산 1억대를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첫 발을 내딛은 지 57년 만으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한 나라의 국토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며 1960년대 국토 재건 및 국내 도로 확충을 계기로 미국 포드와의 제휴 협상을 거쳐 1967년 12월 현대차를 설립했다.

이듬해 현대차는 울산에 조립공장을 짓고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설립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짓고 조립 생산을 시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국내 환경에 맞는 차량을 만들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였으나 조립 생산 방식의 한계를 맞닥뜨린 현대차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담대한 결단으로 독자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고, 임직원의 집요한 노력 끝에 프로젝트 착수 약 3년 만인 1975년 ‘포니’를 양산,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이후 현대차는 튀르키예, 인도, 미국 앨라배마 및 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의 차량 생산을 본격화하며 지난 2013년 누적 차량 생산 5000만대, 2019년 8000만대, 2022년 9000만 대 생산을 넘어섰고, 2024년 9월 누적 1억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울산 EV 전용공장’, 인도 ‘푸네 공장’ 등 글로벌 사업장에 생산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100만대 생산 능력을 추가로 구축하고 있다.

1억 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 5’가 출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첫 째도 둘 째도 품질”…‘대 이은’ 품질경영, 현대차 진화 원동력= 현대차는 누적 차량 생산 1억대 달성의 핵심 원동력으로 ‘현대차를 신뢰하고 지지해 준 고객’을 꼽는다.

지난 1999년 취임한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을 통해 차량의 품질이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인 동시에 고객의 안전과 만족에 직결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2001년 양재본사에 ‘품질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품질과 관련된 세계 각국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실시간으로 접수 처리했으며, 수집된 데이터는 현장 임직원들에게 모두 공유됐다.

아울러 불량을 대대적으로 줄이기 위해 글로벌 생산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04년 J.D.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뉴 EF쏘나타’는 글로벌 주요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2015년 11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으로 이어졌다. 제네시스는 정의선 당시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초기 계획 단계부터 전 과정으로 주도한 브랜드로 출범 7년여 만인 2023년 8월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서며 명실상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현대차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TCR 월드 투어,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를 통해 얻은 기술을 다수 도입해 고성능 브랜드 N을 론칭, 운전의 재미와 고성능 감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현대차 양재 사옥 전경. [현대차 제공]

새로운 ’1억대’ 향한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도전과 혁신 진행형=현대차는 누적 생산 1억 대 달성을 계기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또 한 번의 혁신에 나서고 있다.

2020년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의 자동차(SDV) 등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현대차를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현실화하고 있다.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들은 글로벌 주요 시상식을 석권하며 경쟁력을 입증했고, 전동화 양대 축인 수소전기차 시장에서도 승용과 상용 분야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신개념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연구 및 실증한 인공지능(AI),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혁신적 제조 플랫폼과 첨단 기술을 HMGMA 등 향후 완공될 생산공장에 적극 도입해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1억대 누적 생산의 성과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현대차를 선택하고 지지해 준 수많은 글로벌 고객이 있었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현대차는 과감한 도전과 집요한 연구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로서 새로운 1억 대의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동석(왼쪽)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및 CSO 사장과 고객 김승현 씨가 30일 울산 출고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누적 차량 생산 1억 대 달성 및 1억 1번째 생산 차량 출차 기념 행사’에서 1억 1번째 생산 차량 ‘아이오닉 5’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한편, 현대차는 이날 울산공장 출고센터에서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사장, 문용문 노조 지부장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차량 생산 1억대 달성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동석 사장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자동차 생산에 있어 진정성을 갖고 매일 한 걸음 나아갔다”며 “누적 생산 1억대 달성은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으로 “우리는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억 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 5’는 출차 세리머니를 마치고 서해 최북단 백령도 소재 군부대에 근무하며 생애 첫 차로 ‘아이오닉 5’를 선택한 20대 고객 김승현 씨에게 인도됐다.

현대차는 오는 10일부터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누적 생산 1억대 달성을 기념하는 ‘다시, 첫걸음(One Step Further)’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억대 차량 생산의 의미와 고객들과 함께 그려간 삶의 궤적에 대해 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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