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이달 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그룹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는 올해 초부터 진행해온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 상황을 점검하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경영전략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 동안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CEO 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그룹 핵심 연례행사 중 하나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3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인 토요일을 포함해 CEO 세미나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단행된 인사에서 7년만에 부회장단을 전면 교체하며 강도 높은 혁신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CEO 세미나에서는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AI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이 핵심 화두로 제시될 전망이다. 앞서 경영전략회의, 이천포럼에서도 그룹의 AI 전환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AI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 AI 인프라로 이어지는 AI 밸류체인과 AI 리더십을 강화할 구체적인 방안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SK는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 향후 5년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10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5년간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법인 출범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만큼, 리밸런싱 작업에 대한 점검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부터 계열사 별로 추진해 온 ‘운영개선(OI)’ 방안의 진행상황도 공유할 전망이다.
SK의 고유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 기본정신의 실천과 확산, 내재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갈 전망이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한 SKMS는 SK가 위기 상황일 때마다 구성원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올해 지속적으로 SKMS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CEO 세미나 이후에는 연말 인사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통상 매년 1월 첫째 주에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다만, 올해의 경우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예년보다 1~2주 가량 앞당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올해 연중 일부 부진한 계열사의 CEO를 교체하는 등 쇄신폭을 키우고 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