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유물’ 주가조작 수사…경찰 존재감 키울까 [취재메타]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123rf]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경찰이 금융·증권 범죄의 핵심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수사의 존재감을 키울지 주목된다. 최근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더불어민주당은 자본시장법을 고쳐 검찰 이외의 수사기관에도 불공정행위 통보와 자료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그간 검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수사를 경찰도 제대로 벌일 수 있는 길을 트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이 어떻길래

현행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3(불공정거래행위 통보 등)은 금융위원회 산하 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를 인지했을 때 통보 대상(고발)으로 ‘검찰총장’만을 규정하고 있다(1항). 더불어 주식시장 등에서의 불공정행위 관련 검찰총장만이 관련 정보를 증선위에 요구 할 수 있도록 한다(2항).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현재 검찰은 중대한 부패·경제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선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이 수사 범위에 든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적발 건수는 지난해 104건이었다. 최근 10년 사이 해마다 80~120여건씩 발생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78조의3(불공정거래행위 통보 등) ① 증권선물위원회는 제429조 및 제429조의2의 과징금 사건이 제173조의2제2항, 제174조, 제176조 또는 제178조의 위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이를 통보하여야 한다.
② 증권선물위원회는 검찰총장이 제173조의2제2항, 제174조, 제176조 또는 제178조를 위반한 자를 소추하기 위하여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공할 수 있다.

시장에서의 이상거래는 1차적으로 한국거래소가 감시하고 파악한다. 금융당국(금융위·금감원)은 각종 자료를 토대로 정황을 살피고 조사한다. 만약 이 가운데 형사적 처분이 필요한 케이스가 있다면 금융위 산하 증선위가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한다. 그러면서 사안에 관련된 각종 정보도 검찰에 제공한다.

물론 불공정거래행위 수사는 검찰만 할 수 있다고 법이 못 박은 건 아니다. 경찰도 관련된 사건을 수사할 순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독점할 수밖에 없었고, 경찰은 별도 수사가 어려울 뿐이었다. 일단 한국거래소나 금융당국은 검찰만 바라보고 있으니, 경찰은 다른 경로로 수사의뢰(고소·고발)가 들어오거나 자체적인 범죄첩보를 수집했을 때에만 관련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료를 공유받을 권한이 없으니 경찰에 들어오는 불공정거래 혐의 관련 사건은 적다. 금융증권범죄는 지능적이고 체계적인 기획 범행이 대부분이다. 필연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방대한 자료를 확보·분석해야 한다.

불공정 증권거래의 특성과 경찰 수사를 연구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영태 경찰청 계장(공공범죄수사)은 “검찰은 금융당국의 조사자료를 그대로 받아볼 수 있어서 범죄혐의 입증에 수월하나 경찰은 혐의가 있는 기업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여 자료를 찾고 스스로 연구하고 분석해야 하기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현재 다루는 자본시장법 관련 사건은 대개 ‘불법 리딩방’으로 대표되는 투자사기나 불법사금융 등이다. 현재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에는 금감원 수석조사역 2명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으나 기업·경제범죄 수사와 교육자료 제작을 맡고 있다. 금감원에 파견된 경찰은 금융사기 업무에 집중한다. 경찰은 ‘금융 사기꾼’을 잡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이른바 ‘여의도식 금융범죄’는 검찰이 전담하는 모양새인 셈이다.

“정치적 힘겨루기 대상이어선 안 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전용기 의원(민주당)은 지난 18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제안이유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통보와 정보요구 권한이 검찰총장에게만 있어 사건 수사 시 경찰이 검찰을 거쳐 정보를 요구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로 검찰-경찰 간 종속적 관계를 해체하려는 수사권 정상화 정책 기조의 취지가 퇴색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검경을 앞세워 정치권이 힘겨루기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수사실무에서 금융증권 범죄를 검찰, 경찰 모두 수사해야 할 당위성에 집중해 토론하기보단 ‘검찰은 무조건 견제해야 한다’는 정치적 목적만 앞세우면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자본시장법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앞으로 경찰이 다뤄야 할 수사영역으로는 보고 있다. 다만 치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수사본부 [연합]

유지훈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은 “전문적이면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행위의 범죄 혐의를 밝혀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며 “입법이 된다면 수사관 전문 교육은 물론이고 현재 운용하는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자본시장법 부문을 특화하는 등 조직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경찰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통보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금융위는 법안에 대해 “경찰에서 중복수사를 할 경우에 여러가지 혼선이나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위험성이 있기에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도 중복·삼중 조사를 우려하며 부정적 입장을 냈다. 불공정거래 사건 통보는 이미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관실(금감원) 등 1차 조사와 전문가 판단 절차를 거치고 있단 이유에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