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중국 총리(오른쪽)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중국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에 관해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알고 있는가”라는 연합뉴스 질의에 “중국은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북한의 파병이 이미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위기를 추가 무기 지원 등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는데 중국은 이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중국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추동하고 정치적 해결에 힘쓰기를 희망한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한국 국가정보원과 우크라이나 등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거론한 이후 여러 차례 제기된 질문에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추동하고 정치적 해결에 힘쓰기를 희망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반복할 뿐 파병 여부를 알고 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통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3일 연설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이 무기뿐 아니라 병력도 보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한국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이 최근 모두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으며 일부가 이미 러시아로 이동했다면서 위성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서방 진영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언급, 미국 정부도 북한의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당사국인 북한과 러시아는 파병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駐)유엔 북한대표부는 2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3일 파병 보도가 “허위·과장 정보”라며 대응을 고려하는 한국을 향해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외교부의 이날 모른다는 언급에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을 넘어 전쟁 확대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일정하게 거리를 두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경제·무역 등 영역을 중심으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북한이 러시아에 바짝 다가서면서 ‘준(準)동맹’ 성격의 조약까지 맺으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같은 서방과의 대결 구도에 중국이 끌려들어가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