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빨리 먹는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좋아하는 면 요리를 저녁에 먹으면 후루룩 더 빨리 먹게 됩니다.”
40대 최모 씨는 먹는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면서 배가 더 불룩해졌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빠른 식사는 복부비만의 지름길이다. 손보드리 365mc 영등포점 대표원장은 “급하게 빨리 먹는 식습관은 배를 나오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뇌가 포만감을 인식하는 데는 약 20분이 걸린다”며 “음식을 빨리 먹으면 필요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면서 과식을 유발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밥과 반찬을 함께 빨리 먹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소화에 부담을 주고, 특히 중성지방 축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성지방은 음식의 탄수화물과 지방이 분해·소화되는 과정에서 생긴다. 특히 과식으로 과잉 섭취한 열량은 중성지방으로 변해 체내에 저장된다. 체지방의 대부분은 이 중성지방이다.
손보드리 원장은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체내 지방 비율이 높아져 복부비만으로 이어진다”며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여러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중성지방이 피하(피부 아래)지방이 아닌, 장기 사이에 껴있는 내장지방 형태로 저장된다면 더 문제다. 내장지방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간, 심장, 그리고 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 나온 ‘마른 비만’이라면 내장지방이 쌓였을 가능성이 높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피하지방에 비해 내장지방이 두꺼울수록 뇌 염증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중성지방의 축적을 막으려면 한 번에 몰아먹는 폭식이나 과식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손 원장은 “식사를 할 때 천천히 먹으면서 음식을 충분히 씹어 먹는 습관만으로도 복부비만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고지방·고탄수화물 음식은 중성지방 축적을 가속하므로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흰밥, 빵, 단 음료 등의 정제 탄수화물은 중성지방을 만드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과당을 필요 이상으로 과다 섭취하면 간에서 이를 중성지방으로 바꾼다. 반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은 포만감을 높이고 식사 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알코올 역시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원인이다. 손 원장은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 섭취부터 줄여야 한다”며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폭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허리둘레가 90㎝이상, 성인 여성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