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 앞둔 해리스-트럼프 연일 설전…요동치는 표심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경합주인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를 각각 찾아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AFP·로이터]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5일)를 목전에 두고 이른바 ‘쓰레기’ 발언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양 진영이 공방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여성 보호’ 발언을 두고 격하게 맞붙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모욕이다”라며 쟁점화에 나섰다. 막바지로 접어든 대선판이 매일 ‘설전’과 ‘여론전’으로 요동치는 모습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위스콘신주의 그린베이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한 성폭력 등 강력 범죄 문제를 거론하면서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보좌관들이 ‘여성 보호’ 등과 같은 표현이 부적절하다면서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거론한 뒤 “나는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해당 발언에 대해 “과거 트럼프가 성문제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월 말에도 여성 유권자에게 “여러분은 더 이상 방기되거나 외롭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은 보호 받게 될 것이며 저는 여러분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선거 막판 쟁점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유세를 위해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것은 여성의 주체성, 권위, 권리, 자기 몸을 포함해 삶에 대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과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에 불과하다”면서 “그는 현재 미국 여성의 3분의 1일이 ‘트럼프 낙태 금지’가 시행되는 주에 살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가 여성의 생식권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강하게 보여주는 징후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 “그는 여성이 자신의 삶과 몸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와 지성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에 대해 ‘쓰레기’라고 실언한 것을 비난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환경미화원이 입는 형광 주황·노란색 조끼를 입고 선거 로고를 부착한 쓰레기 수거 트럭에 탑승해 “내 쓰레기가 마음에 드느냐”면서 “해리스와 바이든을 기리는 트럭”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재진들에게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유세현장에서 나온 인종차별 발언을 비난하려는 취지였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을 매도한다는 역풍을 맞았다.

이 외에도 낙태 문제, 오바마케어 등 두 사람의 입장이 엇갈리는 공약에 대한 막말도 계속됐다. 해리스 부통령 측근이 트럼프 당선시 오바마케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짓말쟁이 카멀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일(오바마케어 폐지)에 대해 언급한 적도,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러닝메이트인 J.D 벤스는 인기 팟캐스트에서 “낙태 제도는 낙태 지지자들이 낙태 과정을 축하하려고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해 진행자의 저지를 받았다.

두 진영 간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NYT는 “쓰레기부터 성별 문제까지 대선 마무리 단계에서 발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두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치유받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빛나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