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배추 본격 출하에 가격 하락세…8000원→4000원 ‘뚝’

김장철을 앞두고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배추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가격대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가격이 평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가락시장 배추 반입량은 지난달 상순 평균 482톤에서 지난 6일 636톤으로 32%가량 늘었다. 전국 가을배추 생산량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전남 해남산 배추도 지난 4일 가락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상품 1포기의 가격은 지난 8월 6000~7000원대에서 등락하다가 9월이 되면서 급등했다. 고랭지 여름배추의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올해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폭우 등 변덕스러운 날씨로 고랭지 배추 재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독 길게 이어진 폭염에 정부가 미리 비축해둔 물량마저 동났다. 여기에 배추 바이러스까지 확산하면서 피해는 더 커졌다.

정부는 중국산 신선배추를 수입과 가을배추를 조기 출하, 그리고 대형마트 할인 행사 유도 등 수급 안정 방안들을 잇달아 시행했지만, 배추 가격은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9월 27일에는 배추 가격이 9963원까지 치솟았다. 그 뒤로 배추 가격은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달 말까지 8000원대 후반을 유지했다.

배추 가격은 이달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지면서 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7일 기준 배추 상품 1포기의 가격은 4310원였다. 그럼에도 예년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배추 가격은 지난달 상순(1일~20일) 평균(8947원)보다 51.9% 떨어졌지만, 작년 10월 상순(3802원)보다는 여전히 13.5% 높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월 상순 가격 중 최댓값과 최솟값을 제외한 평년 가격(4117원)과 비교해도 4.7% 비싸다.

역대급 폭염으로 가을배추 면적이 줄어든 것도 악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2998㏊로 작년(1만3152㏊)보다 154㏊(1.2%) 줄었다. 2019년(1만968㏊) 이후 가장 작다. 다만 재배면적이 줄었다고 반드시 생산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통계청 측은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순부터는 배추 가격이 평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격 김장철에 배추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김장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장 재료 중 배추 다음으로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고춧가루는 지난해보다 건고추 생산량이 늘며 가격이 낮아졌다. 이달 상순 기준 600g당 1만3000원 수준이다.

정부는 다음달 4일까지 김장재료 전 품목에 대한 할인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최대 4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전국 대형마트, 중소형마트, 로컬푸드직매장, 하나로마트, 온라인몰에서 1인당 2만∼3만원 한도로 정부 할인 20%에 유통업체 자체 할인 20%를 더해 최대 40%까지 낮은 가격에 김장 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 할인 품목은 배추, 무, 건고추(고춧가루 포함), 대파, 쪽파, 마늘, 생강, 양파, 갓, 미나리, 배 등 11가지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위해 50억원 규모의 제로페이 농할상품권을 발행해 오는 11일부터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농할상품권은 1인당 최대 1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가을배추 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8일 가을배추 69만 포기에 대한 특가 판매 행사를 시작했다. 준비한 물량 중 30만 포기를 우선 포기당 1600원대에 선보인다. 이마트는 올 초부터 문경과 아산, 예산, 서산, 춘천, 해남, 무안 등 전국 각지에서 가을배추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했다. 이에 더해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장 먹거리 할인’ 지원에 더해, 구매 다음날부터 사용할 수 있는 ‘e머니’ 1000점 추가 적립 등을 통해 실질 구매가를 낮췄다.

이마트는 또 행사 첫 주 ‘다발 무’ 1단(5∼6개)은 농식품부 연계 행사를 통해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20% 할인한 5584원에 판다. e머니 1000점도 추가로 적립해 준다. 김장 시 보쌈용으로 쓰이는 국내산 냉장 돼지 삼겹살과 목심도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20% 할인하고 추가로 e머니 5%를 적립해 준다.

김치 제조사들은 배추 물량 부족에 품절 상태였던 제품들을 정상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온라인 자사몰을 통해 배추김치 상품의 판매를 재개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사에 공급하는 물량도 늘렸다. 앞서 대상과 CJ제일제당은 지난 9월 말 배추 공급 부족으로 김치 상품 판매를 대부분 중단했다.

올해 김장 비용이 지난해보다 19.6%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는 지난달 29일 기준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김장 재료 1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41만913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물가협회 관계자는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60% 이상 오르면서 전체 비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7050원으로, 협회에서 11월 전망한 5300원보다 비쌌다. 이는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61.1% 높은 수준이다. 무와 미나리 소매가격도 1년 전보다 각각 65.9%, 94.5% 올랐다.

다만 양념채소류인 대파와 생강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29.9%, 21.9% 떨어졌고, 고춧가루 가격은 7.0% 내렸다. 국내산 공급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수입 물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김기일 한국물가협회 생활물가팀 과장은 “배추 가격이 여전히 높지만 가을배추 출하 확대로 김장철 수급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김장 성수기인 다음달 중순 이후로는 부담이 다소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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