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 얼마만이야” vs “매출 떨어져 큰일”… 북촌한옥마을 ‘야간 통금’ 열흘, 결과는?[르포]

서울시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모습. 김도윤 수습기자.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던 북촌한옥마을에 ‘통행금지’ 제도가 도입됐다. 지난 1일부터다. 종로구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북촌한옥마을 일대를 ‘레드존’으로 설정했다. 해당 시간 동안엔 관광객들의 구역 진입이 금지된다. 다만 주민이나 지인·친척, 상인, 숙박 투숙객 등은 출입이 허용된다.

제도가 도입된 이후 찾아본 북촌한옥마을 현장에선 구청이 고용한 현장 스태프들이 방문 불가 시간을 일일이 관광객들에게 일일이 안내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진입금지 안내를 받은 뒤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통금 정책 시행에 환호했다. 상인들은 협의가 없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종로구청은 제도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 3월부터 과태료 10만원을 물리겠다고 밝혔다.

16시 30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북촌한옥마을 레드존 내부 모습.

▶아직은 홍보 부족… “통행 제한 왜죠?”= 지난 8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시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왜 다섯 시 이후로 통행에 제한이 있는 거죠?”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그는 통행금지 시간이 불과 30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현장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북촌한옥마을(북촌로 11) 일대는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노란색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가이드와 뒤를 따르는 단체 관광객부터 혼자 뒷짐을 지고 산책하는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붐볐다.

통금 시작 시간인 다섯시부터는 계도 요원이 적극 나섰다. 계도 요원들은 레드존에 들어가려는 관광객들에 ‘진입 불가’를 알렸고, 관광객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독일 관광객 호프 마에스터 씨는 “상점에 물건을 놓고 와서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며 다섯 시 통행시간 제한이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북촌한옥마을에 사는 거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해주자 “사람이 사는지 처음 알았다. 마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생기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면서도 “처음 북촌을 찾는 사람들이 통행 제한의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북촌한옥마을은 지난 2010년대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며 국내 ‘오버투어리즘’ 대표 지역이 됐다. 전주한옥마을이나 남산한옥마을도 있지만 유달리 북촌한옥마을은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올해 상반기엔 좁은 마을 골목에 대만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며 ‘압사사고’ 우려 민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대만 발 크루즈선 한대가 대만관광객 4000여명을 싣고 인천항에 접안했는데, 관광객들이 대형버스 90대에 나눠타고 이곳을 찾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방문한 영향 탓인지 북촌마을의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3년 한옥마을 주민 수는 8437명이었는데, 지난 2023년에는 6108명으로 줄었다. ‘못 살겠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종로구는 북촌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에 따른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통행 금지 정책은 내년 2월까지 계도기간으로 운영되고, 3월부터는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현재는 계도 요원직에 자원한 종로구민들과 종로구청 직원들이 현장을 지킨다.

17시 이후 관광객이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 . 김도윤 수습기자

▶이웃들인데 ‘주민 vs 상인’ 갈등= 주민들은 통금 덕에 오랫만에 ‘평온’을 되찾았다고 했다. 몇년만에 숙면을 취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주민 이모씨는 “늦은 밤 외국인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집을 보여달라고 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고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었다”며 “11월 1일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밤에 숙면을 취했다. 이제 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회동 주민 김모(53) 씨는 “기업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때문에 밤마다 배달 오토바이가 왔다 갔다 하면서 나는 소리와, 한옥스테이에 설치된 야외 욕조에서 스피커로 음악을 트는 경우도 있어 소음이 심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삼청동 주민 박모(63) 씨는 “며칠 전 옆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와서 떡을 돌렸다”며 “북촌이 단지 나이 든 주민들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들어오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북촌한옥마을 인근 상인들은 종로구청의 협의 부족 등을 문제 삼았다. 대부분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3대째 북촌에 살며 북촌로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충식(63) 씨는 “구청이 연구용역과 공청회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상인들에게 안내조차 제대로 없었다”며 “1년 후에는 차량 통제도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장사를 접으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북촌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김성(63) 씨는 “주민들의 불편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구청이 규제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절기에는 저녁 5시 제한이 적절할 수 있지만, 하절기에는 날이 길어 주민들도 늦게까지 활동한다”며 “시간 운영이 계절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8년째 패션 잡화 가게를 운영하는 이태규(44) 씨는 “1일 이후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 원래 월요일은 창경궁이 닫고 화요일은 경복궁이 닫아 손님이 적은 편인데, 이번에는 수요일부터 토요일 매출이 다 줄었다. 평소 7시 반에 문을 닫았는데, 이번 주는 6시에 문을 닫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오후 5시 이후로 관광객을 막으면 저녁 장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여름에는 저녁 8시까지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60) 씨는 “유별나게 관광객을 통제해서 관광객들이 주눅이 들어 가게 안에서도 소곤소곤 대화를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명확히 설명이 필요하다. 외국인들이 보는 안내서에도 방문 제한 이유와 허용되는 사항이 잘 나와 있지 않아, 무작정 길이 막히면 관광객들에게 나쁜 인식을 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상인들은 종로구가 상인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북촌로 11로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지도를 보며 계도기간 중 영업 매출 감소를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윤 수습기자.

▶종로구청 “거주민 유지돼야 마을 정체성 지켜져”= 관할인 종로구청 측도 할말은 많다. 지난 2018년부터 이미 제도 실시를 준비해와서 따져보면 계도기간만 6년이나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강제성이 부여가 되지 않자 제도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주민 공청회도 지난해 12월 7일에 이미 실시됐는데 유독 주변 상인들만 ‘몰랐다’고 하기에는 어색한 지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지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주무관은 “저희가 마을 방문 시간은 2018년부터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진행을 해왔다. 6년간 진행했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실효성이 없었다”며 “코로나 기간에 과태료 부과 기준을 법령과 조례 개정을 통해 진행했다. 주변에 안내를 하고 계도 활동을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설명회와 간담회, 공청회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은 “지금은 주민들의 의견뿐 아니라 상인 의견 수렴을 위한 계도기간이다. 설문조사도 진행할 예정이고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직접 찾아뵙고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종로구청 관계자는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오면서 반사이익을 받는 것이다. 행정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의견들까지 모두 다 들어서 할 수 있겠나”며 “지역 주민 유출 현상에 관해서 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북촌한옥마을을 많이 찾는 이유는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남산 한옥마을은 상대적으로 찾는 관광객이 적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청은 오는 2026년 1월 부터는 전세버스 통행도 제한하겠다고 밝혀 둔 상태다. 전세버스는 통상 대단위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수단인데 버스에서 관광객들이 대거 내릴 경우 일대 보행 통행이 막힐 정도로 통행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차된 전세버스는 차량 통행을 막아 일대 극심한 교통 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종로구청이 지난 11월 1일부터 북촌한옥마을 일대에 ‘레드존’을 설정하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를 통행 금지 시각으로 설정했다. 종로구청은 내년 3월 1일부터는 위반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종로구청]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