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공연중’축제 일환으로 기획된 연극 ‘게릴라 씨어터’무대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
울창하게 숲이 우거진 어느 정글. 가진 것은 나무총 뿐인 게릴라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비행기와 싸우는 훈련을 한다. 그 순간, 진짜 비행기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뿌려지는 무수한 삐라. 삐라를 읽은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게릴라들을 돕지 않고, 게릴라들은 고민 끝에 주민들을 설득할 연극을 준비한다.
지난 1일부터 사흘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던 공연 ‘게릴라 씨어터’. 배우 황정민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고 입소문을 타면서 3층 시야제한석까지 관객으로 모두 채워졌다. 황정민을 비롯해 장영남, 이종혁, 음문석, 김도훈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자리에 앉아 대본에 적힌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대본 리딩을 떠올리게 하는 단조로운 무대 구성. 그런데 더할 나위 없이 연극적이다. 인생 첫 연극을 준비하는 겁쟁이 게릴라들의 극 중 서사와 긴밀하게 엮여 관객에게 ‘연극의 본질’을 사유할 것을 명징하게 의도하면서다.
전 회차 평균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한 이 작품은 올 가을 우리나라 전역에서 열린 공연예술 축제 ‘대한민국은 공연중’ 일환으로 기획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이번에 처음 선보인 ‘대한민국은 공연중’은 연극, 국악, 클래식, 오페라,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분야를 아우르는 공연이 하루도 빠짐없이 관객을 만나는 전국 단위 축제다. 공연 성수기인 10월을 중심으로 예술의전당, 국립극장을 비롯한 주요 공연장과 청와대 헬기장, 마로니에공원, 청계천 등 야외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그렇게 38일 간 진행된 대장정이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특히 올해 축제는 20회를 맞은 국내외 공연진출 플랫폼인 ‘서울아트마켓’과 연계해 해외 발판의 토대를 마련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관객들은 지역의 가까운 공연장에서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예술가들은 더 자주 공연을 올려서 완성도를 높이고, 그렇게 완성된 레퍼토리가 해외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 우리 공연예술계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라며 그 배경에 대해 말했다.
지난 10월 한 달간 ‘대한민국 공연중’ 홈페이지 방문객은 하루 평균 약 5000명으로, 누적 방문객은 20만명을 기록했다. 관람객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는 평점 4.4점(5점 만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적절한 수준의 공연 가격 ▷공연 장르에 대한 신뢰 ▷공연 단체에 대한 관심 등의 항목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지난달 청와대 헬기장에서 열린 ‘가을음악회’는 조기 매진을 기록, 19~20일 양일에만 이곳에 3500명이 다녀갔다.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터에서 열린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단위 관객을 위한 공연들이 한데 어우러진 ‘꿈을 잇다’ 프로그램에는 600여 명이 찾았다.
지역예술단체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더 큰 무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 ‘리:바운드’ 프로그램에서는 안다미로아트컴퍼니의 공연 ‘문’이 평균 객석 점유율 87%를 차지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KBS 교향악단 등 국내 대표 클래식 단체들의 ‘K-클래식’ 공연은 평균 객석 점유율 98% 이상을 보여 사실상 매진 사태를 이어갔다.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예술경영지원센터 공동기획]